사진/나무(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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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소나무(5)
산 조 지 훈 산이 구름에 싸인들 새 소리야 막힐 줄이 안개 잦아진 골에 꽃잎도 떨렸다고 소나기 한주름 스쳐간 뒤 벼랑 끝 풀잎에 이슬이 진다 바위도 하늘도 푸르러라 고운 넌출에 사르르 감기는 바람 소리 산길 조 지 훈 혼자서 산길을 간다.풀도 나무도 바위도 구름도 모두 무슨 얘기를 속삭이는데산새 소리조차 나의 알음알이로는 풀이할 수가 없다.바다로 흘러가는 산골 물소리만이깊은 곳으로 깊은 곳으로 스며드는그저 아득해지는 내 마음의 길을 열어 준다.이따금 내 손끝에 나의 벌거숭이 영혼이 부딪쳐푸른 하늘에 천둥 번개가 치고나의 마음에는 한나절 소낙비가 쏟아진다.
2019.09.11 -
설악산 소나무(4)
금강소나무 靑山 손 병 흥 육각형 거북등 껍질에 붉은 용 비늘 갑옷을 입은 하늘 떠받치고 있는 천길 벼랑 바위틈에 우뚝 선 몸도 붉고 속도 붉으며 겨울눈까지도 붉은 소나무 금강산부터 강릉 경북 울진 봉화에 걸쳐 자라나는 하늘을 향해 옹이 발판 삼아 줄곧 위로 서서 뻗은 두루미처럼 곧고도 길쭉하게 쭉쭉 빠진 금강소나무 겉이 붉은색을 띤다 하여 적송이라고도 하고 속도 겉과 비슷한 누런 황금빛이라 황장목이요 강한 재질의 나무인지라 강송으로도 불리 우는 대장부 기운 넘쳐나는 붉은 황토 빛 으뜸 소나무
2019.09.10 -
설악산 소나무(3)
소나무를 만나 박 곤 걸(1935-2008) 바람을 다스리지 못하곘거든 산으로 가서 소나무를 만나 말 대신 눈으로 귀를 열어라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마음을 절제하고, 절단하고 바람이 부는 날 하늘에다 온뭄으로 수화하는 나무의 설법에 큰절하고 잘 늙은 소나무가 손짓해 주는 그 곁에 가서 뿌리를 내려라 어드덧 산을 닮아 푸른 자태가 제격이면 바람도 솔잎에 찔려 피를 흘린다
2019.09.10 -
설악산 소나무(2)
소나무 정 용 진 굽이굽이 주름진 산허리 마디 없는 세월을 벼랑에 서서 상록의 눈빛으로 고고한 천품. 춘하추동 사계를 하늘 향한 지조로운 몸매로 천년 광음을 품에 안아 빗살로 가르네 그 심중은 얼마나 깊고 넓기에 바람이 깃들면 청아한 가락으로 메아리져 흐르는가. 동천(冬天) 순백의 눈발에도 늘 푸르러 그윽한 향으로 번지네 오늘도 설원에 청청히 서서 침묵으로 말하는 소나무여.
2019.09.10 -
설악산 소나무(1)
소나무 문 재학 언제나 그 자리에서묵묵히만곡(彎曲)의 용틀임으로천년을 헤아리는 소나무 귓전을 울리는감미로운 솔바람소리상큼한 솔향기에찌든 마음 맑게 헹구고 사시사철푸른 창을 열면소리 없이 넘실거리는초록의 메아리가 눈부시어라 설한풍(雪寒風)에도 꺾이지 않고청정(淸淨)한 빛생기(生氣)를 더하니 결코화려(華麗)하지 않아도순수(純粹)한너의 기개(氣槪)를 사랑하노라.
2019.09.10 -
수렴동계곡의 소나무,전나무
설악을 가며 이 성 선 수렴동 대피소 구석에 꼬부려 잠을 자다가 밤중에 깨어보니 내가 아무것도 덮지 않았구나 걷어찬 홑이불처럼 물소리가 발치에 널려 있다 그걸 끌어당겨 덮고 더 자다가 선잠에 일어난다 먼저 깬 산봉 사이로 비치는 햇살에 쫓겨서 옷자락 하얀 안개가 나무 사이로 달아난다 그 모습이 꼭 가사자락 날리며 부지런히 산길을 가는 스님 같다 흔적 없는 삶은 저렇게 소리가 없다 산봉들은 일찍 하늘로 올라가 대화를 나누고 아직 거기 오르지 못한 길 따라 내 발이 든다 길 옆 얼굴 작은 풀꽃에 붙었던 이슬들 내 발자국 소리에 화들짝 놀란다 물소리가 갑자기 귀로 길을 내어 들어오고 하늘에 매달렸던 산들이 눈 안으로 후두둑 떨어진다 오르지 못한 길 하나가 나를 품고 산으로 숨는다
2019.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