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풍경(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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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봉산에서의 한강 풍경
꽃잎 에이미 로웰(Amy Lowell, 1874 – 1925) 인생은 흐르는 시냇물과 같아. 우리는 심장에서 꽃잎을 뜯어 그 위에 하나둘 뿌린다. 꿈에서 잃어버린 끝, 그들은 우리의 시야를 지나쳐 떠내려가니 우리는 그들의 기쁘고 이른 시작을 볼뿐이다. 희망으로 가득 차 기쁨으로 붉게 물든, 갓 피어난 장미의 잎을 흩뿌리네; 얼마나 넓게 퍼질지 얼마나 멀리 가 닿을지 우리는 결코 알 수 없지. 꽃잎은 모두 강물을 따라 흘러 사라지네. 무한한 길 너머로. 세월이 서두르는 동안, 우리는 홀로 남겨지고 그 향기는 여전히 남아 머무는데, 꽃잎은 저 멀리 흘러가네.
2024.02.03 -
석양의 한강 물결
강물처럼 현 경 미 왜 강물인지 아니? 흐르기 때문이래 고여 있고만 싶다면 강물이 될 수 없는 거래 흐르고 흘러서 내게도 오고 네게도 가고 바다까지 가는 거래 거기엔 고래가 산다잖아 강에선 볼 수 없는 글쎄, 집체만 하대 너도 흘러 본 적 있니? 음... 음... 함께 웃고 도와 주고 나눠 주고 이런게 흐르는 거라면
2023.12.26 -
갈대의 춤
인간은 하나의 갈대에 불과하다. 자연 중에서도 가장 약한 존재이다. 그러나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이다. - 갈대의 춤 이 홍 섭 잎을 다 던져버린 나무들이야말로 흐르는 강물의 비밀을 알 것 같으다 사시사철 푸르른 잎 튀웠던 나무들이야말로 강물의 끝을 이야기해줄 수 있을 것 같으다 그러나, 온몸의 피 다 던져버린 갈대의 춤은 얼마나 외로우리 바람 불면 우거지는 슬픔의 면적은 또한 얼마나 넓으리 강물 흐르다 멈춘 자리에 나를 멈추어 세우고 정신없이 바라보는 저 황홀한 춤
2023.11.29 -
어느날의 한강 소묘(素描)
가을 소묘 김 동 현 가을, 삽상(颯爽)한 바람. 하늘은 그대로 강으로 더불어 정사하여 푸른 피를 마구 흘려놓는데 이 땅의 어딘들 시심(詩心)을 돋우지 않는 곳이 있으랴 허옇게 팬 갈대꽃이 바람품으로만 헤집어 드는 것은 누구를 향한 한없는 그리움과 사념의 몸짓인데, 푸른 산빛은 한 귀퉁이씩 그 빛을 바래만 가고……. 길섶엔 점점이 모자이크해 박은 코스모스 신파의 프리마 돈나처럼 수줍게 흰빛, 자짓빛, 선홍으로 꾸며 바람을 안고 가볍게 궁글어, 머슴애 뛰는 가슴을 마구 헤집어 놓고……. 바람이 인다. 갈잎은 굴러 사내의 긴 그림자를 앞서서 끈다. 바람통에 제 영혼을, 온통 하늘이 하얗도록 날리고는 억새는 눈부신 죽음으로 찬란히 눕다.
2023.10.28 -
틈새빛살
두 마리 새 최 영 희 새가 날아간다 봄날, 한강 둔치 물 흐르는 곳을 향해 두 마리 새가 날고 있다 바쁜 듯, 조금 앞선 한 마리 새 뒤에 또 한 마리, 빈 하늘 총총,,,,,, 구름 물든 서쪽, 서쪽으로 간다 고향 찾아가는 걸까 내 시야에 보이지 않을 때까지 함께 날고 있는 두 마리 새 추운 겨울을 한강 어느 둔치 둘이는 힘든 먹이를 낚으며 삶에 대해 많은 이야길 나누었으리라 새가 날아간 빈 하늘가 내 곁엔 여기까지 함께 온 그 사람이 있다.
2023.10.27 -
한강 노들섬 일몰
일몰(日沒) 박 인 걸 하루 종일 걸어온 길에 발자국 하나 남기지 않고 서산마루에 간신히 걸린 해는 마지막 노을을 온 누리에 붓는다. 허공을 건너는 머나먼 길은 아찔하고 두려운 모험이지만 무사한 행로의 감사함을 황홀한 빛으로 외어 올린다. 일제히 기립한 나무들은 손을 흔들어 답례하고 때마침 날던 청둥오리 떼도 두 발을 가슴에 모은다. 파란(波瀾)의 날을 곱게 끝내고 숙면(熟眠)에 드는 태양처럼 나 살다 곱게 늙어 소리 없이 사라지고 싶구나.
2023.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