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풍경(225)
-
한강 노들섬 일몰
일몰(日沒) 박 인 걸 하루 종일 걸어온 길에 발자국 하나 남기지 않고 서산마루에 간신히 걸린 해는 마지막 노을을 온 누리에 붓는다. 허공을 건너는 머나먼 길은 아찔하고 두려운 모험이지만 무사한 행로의 감사함을 황홀한 빛으로 외어 올린다. 일제히 기립한 나무들은 손을 흔들어 답례하고 때마침 날던 청둥오리 떼도 두 발을 가슴에 모은다. 파란(波瀾)의 날을 곱게 끝내고 숙면(熟眠)에 드는 태양처럼 나 살다 곱게 늙어 소리 없이 사라지고 싶구나.
2023.09.27 -
한강 풍광 이모저모
한강 칠백리 길 정 용 진 굽이굽이 한강 길 칠 백리 명주 비단자락 밤 낯을 쉬지 않고 흐르네. 태백산 자락 금대봉 아늑한 가슴 뜨거운 열기를 참을 수 없어 검룡소(儉龍沼) 솟아올라 한양을 향해 달려간다. 영월을 지나며 동강이되고 정선을 지나며 조양강이되고 충주를 지나며 달래강이 되네. 원주를 지나며 섬강을 아우르고 여주를 감돌며 여강(驪江)을 흐르며 갑돌이와 갑순이의 합창을 듣는구나. 오늘도 천년고찰 신륵사의 종소리로 젖어들고 금은 모랫벌 갈대밭을 춤추며 흘러가네. 님 그리워 춘천을 감아 돈 소양강 물줄기 물 좋은 홍천강 청평 땜을 지나서 두물머리에서 얼싸안는 남한강 북한강 정겨운 그대들의 발걸음 님 그리던 한양의 불빛 서 강에 티 없이 어리네. 한강 칠 백리 길.
2023.09.16 -
대청봉 아침 햇살
산 김 용 택 강물을 따라 걸을 때 강물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흐르는 거야 너도 나처럼 흘러봐 하얗게 피어 있는 억새 곁을 지날 때 억새는 이렇게 말했네 너도 나처럼 이렇게 흔들려봐 인생은 이렇게 흔들리는 거야 연보라 색 구절초 꽃 곁은 지날 때 구절초 꽃은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한번 피었다 지는 꽃이야 너도 이렇게 꽃 피어봐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를 지날 때 느티나무는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뿌리를 내리고 그자리에서 사는거야 너도 뿌리를 내려봐 하늘에 떠 있는 구름 밑을 지날 때 구름은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허공을 떠도는 거야 너도 그렇게 정처 없이 떠돌아봐 내 평생 산 곁을 지나다녔네 산은 말이 없었네 산은, 지금까지 한마디 말이 없었네
2023.09.11 -
한강 서울 풍경
8월엔 떠나보내리 박 준 형 여름의 한가운데서 들리는 매미소리 한여름의 정열적인 사랑도 매미소리가 끝날즈음엔 내 마음에서 떠나보내리 가을의 문턱에선 낙엽 밟으며 그리움에 젖으리 내 안의 사랑도.. 내 안의 정열도.. 모두 떠나보내리내 안에 남은 건 단꿈에서 깨어 바라보는 새벽미명뿐...
2023.09.08 -
방태산 적가리골의 폭포와 물참대
물참대 이 영 지 파아란 천국에서 새하얀 꽃잎들이 파랗다 못해서도 불퓨룬 새하아얀 잎에는 하얀천국이 촘촘하게 활짝펴
2023.09.01 -
어느 날의 한강 풍경
아리수 사랑 신 달 자 푸르른 살결위에 푸르른 하늘이 와 덮었다 아침마다 푸르른 강이 태어나고 천년 생명의 메아리가 울었다 기우는 해도 달도 몸에 담았다 역사의 환난도 몸에 담았다 아리수여 아 아리수여 다시 새천년을 잉태하는 푸르른 여자
2023.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