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성 선(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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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별꽃
쇠별꽃 -山詩 26 이 성 선 흙길을 가다가 본다 발자국이 남아 있다 발자국 들여다보니 놀랍구나 사라진 얼굴이 그 속에 숨어 있다 찾았다 잃어버린 사람 쇠별꽃 내음 □쇠별꽃 습기가 있는 밭이나 들에서 자라는 두해 또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밑에서 가지가 갈라지며, 길이 20~80cm이고, 밑부분은 연약하여 옆으로 눕는다. 잎은 마주나며, 난형으로 길이 2~6cm, 폭 0.5~3.0cm다. 꽃은 4~5월에 가지 끝 취산꽃차례에 피며, 흰색이다. 꽃자루는 길이 1~2cm, 털이 많이 나며, 꽃이 진 후 밑으로 굽는다. 꽃받침조각은 5장, 가장자리는 막질, 뒷면에 털이 많다. 꽃잎은 흰색으로 다섯 장인데, 밑까지 깊게 두 갈래로 갈라져서 열 장처럼 보인다. 길이 3~4mm다. 수술은 10개, 꽃잎보다 짧다..
2024.03.31 -
구름
구름 이 성 선(1941-2001) 구름은 허공이 집이지만 허공엔 그의 집이 없고 나무는 구름이 밟아도 아파하지 않는다 바람에 쓸리지만 구름은 바람을 사랑하고 하늘에 살면서도 마을 샛강에 얼굴 묻고 웃는다 구름은 그의 말을 종이 위에 쓰지 않는다 꺾어 흔들리는 갈대 잎새에 볼 대어 눈물짓고 낙엽 진 가지 뒤에 기도하듯 산책하지만 그의 유일한 말은 침묵 몸짓은 비어 있음 비어서 그는 그리운 사람에게 간다 신성한 강에 쓰고 나비 등에 쓰고 아침 들꽃의 이마에 말을 새긴다 구름이 밟을수록 땅은 깨끗하다
2022.06.10 -
저녁밥 -山詩 1
저녁밥 - 山詩 1 이 성 선 나는 저 산을 모른다 모르는 산 속에 숨어 피는 꽃 그것이 나의 저녁밥이다.
2012.05.14 -
해 지는 소리
해 지는 소리 이 성 선 향기 있는 사랑이 그립다 해 지는 소리 남아 있는 산 쪽으로 머리를 두고 잔다 산이 저무는 시간 물 속을 들여다보고 앉아 있으면 세상은 깊어지는데 사람들만 야단이다 꽃이 지면 허공은 새롭다 새 그림자 지나가면 물이 더 맑다 남으려 하는 것은 욕된 것 머물려 하는 것은 아직 너를 넘어서지 못한 것 삭발한 산을 따라 기다리는 이 없는 곳으로 떠돌리라 물 속 빈 산에서 들리는 당신의 독경소리 찾아
2010.08.14 -
물 속 빈 산 꽃피는 소리
물 속 빈 산 꽃피는 소리 이 성 선 달 하나 등에 지고 산도 하나 지고 둥그런 어둠 속을 밤 열어 길 열어 가는 사내. 길바닥 드문드문 괸 빗물에 내려비친 하늘을 지켜보다 하늘 안으로 사라져 들어간 물 속 빈 산 꽃피는 소리 만나러 가는 사내 산에 닿아 짐 벗어놓고 돌아오지 않은 사내.
2010.06.17 -
산에 시를 두고
산에 시를 두고 이 성 선 산에 모자를 두고 돌아왔네. 어느 산이 내 모자를 쓰고 구름 얹은 듯 앉아 있을까. 산에다 시를 써 두고 돌아왔네. 어느 풀포기가 그걸 밑거름으로 바람에 흔들리다가 꽃을 피울까. 산물을 들여다보다가 그 속에 또 얼굴마저 빠뜨리고 돌아왔네. 달처럼 돌에 부딪히고 일그러져서 어디쯤 흘러갈까.
2010.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