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2022. 6. 10. 10:58사진/풍경

구름 

이 성 선(1941-2001)

 

구름은 허공이 집이지만 허공엔 그의 집이 없고 

나무는 구름이 밟아도 아파하지 않는다 

 

바람에 쓸리지만 구름은 바람을 사랑하고 

하늘에 살면서도 마을 샛강에 얼굴 묻고 웃는다 

 

구름은 그의 말을 종이 위에 쓰지 않는다 

 

꺾어 흔들리는 갈대 잎새에 볼 대어 눈물짓고 

낙엽 진 가지 뒤에 기도하듯 산책하지만 

 

그의 유일한 말은 침묵 

몸짓은 비어 있음 

 

비어서 그는 그리운 사람에게 간다 

신성한 강에 쓰고 나비 등에 쓰고 

아침 들꽃의 이마에 말을 새긴다 

 

구름이 밟을수록 땅은 깨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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