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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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취
바위취김 승 기 하얗게 혓바닥 내밀어꽃으로 피는 초승달그래, 하늘에만 있는 게 아니야어제처럼 짙은 그믐밤이 있었기에오늘 저토록 땅 위에서 비수 번뜩이고 있는 게야 깊은 산속솔이끼 두른 벼랑의바위 틈서리에서냉기 으스스 뼈마디 파고드는폭포수 물보라 맞으며 피어내는 꽃그 호이초(虎耳草)가메마른 도시의 거리에서서슬 세우는 모습눈물겹다 바위취꽃한 종 인 꽃적삼 밑에하얀 단속곳 차림바람을 타고 춤을 추는바위취꽃꽃잎 위아래가영 딴판이로구나그런데하늘거리는 집게발로꿀샘을 지킬 수 있을까
2025.06.15 -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
플라타너스김 현 승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플라타너스,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너는 사모할 줄을 모르나,플라타너스,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먼 길에 올 제,홀로 되어 외로울 제,플라타너스,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이제 너의 뿌리 깊이나의 영혼을 불어넣고 가도 좋으련만,플라타너스,나는 너와 함께 신(神)이 아니다! 수고론 우리의 길이 다하는 어느 날, 플라타너스, 너를 맞아 줄 검은 흙이 먼 곳에 따로이 있느냐?나는 오직 너를 지켜 네 이웃이 되고 싶을 뿐,그곳은 아름다운 별과 나의 사랑하는 창이 열린 길이다. 아름다운 사람이 성 선 바라보면 지상에서 나무처럼아름다운 사람은 없다 늘 하늘빛에 젖어서 허공에 팔을 들고촛불인 듯 지상을 밝혀준다 땅속 깊이 발을..
2025.05.13 -
이팝나무꽃
이팝나무꽃 필 무렵장 성 우 입하(立夏) 가까워지고줄지어 흐드러지게 피어서혼자서 이팝나무 간직한 사랑은은밀한 내 사랑 이팝나무 꽃이라네요 여름 길목에서 변신한 꽃입하에 피는 꽃 이팝 꽃이 피었다는데 지독한 보릿고개허기에 지친 애환 서린 꽃쌀밥 풍년을 기다리는 서민의 심정 이팝 하얀 꽃구름처럼 일렁이고눈이 온 것 같다는 찬사의 거리에녹색 잎사귀 하아얀 이팝꽃 나라 꽃오월 계절 따라 이팝나무 초록마을 거리. 봄꽃 피는 날용 혜 원 봄꽃 피는 날 난 알았습니다내 마음에 사랑나무 한 그루 서 있다는 걸 봄꽃 피는 날 난 알았습니다내 마음에도 꽃이 활짝 피어나는 걸 봄꽃 피는 날 난 알았습니다그대가 나를 보고 활짝 웃는 이유를 오월의 아침나 태 주 가지마다 돋아난나뭇잎을 바라보고 있으려면눈썹이 파랗게 물들 ..
2025.05.12 -
화살나무 꽃
화살나무손 택 수 언뜻 내민 촉들은 바깥을 향해기세 좋게 뻗어가고 있는 것 같지만실은 제 살을 관통하여, 자신을 명중시키기 위해일사불란하게 모여들고 있는 가지들 자신의 몸속에 과녁을 갖고 산다살아갈수록 중심으로부터 점점 더멀어가는 동심원, 나이테를 품고 산다가장 먼 목표물은 언제나 내 안에 있었으니 어디로도 날아가지 못하는, 시윗줄처럼팽팽하게 당겨진 산길 위에서 아침신 혜 림 새벽이하얀 모습으로 문 두드리면햇살의 입맞춤으로잠에서 깨어난 대지는부산스럽기만 하다 나들이를 꿈꾸며이슬로 세수하는 꽃들밤을 새운 개울물지치지도 않는다 배부른 바람안개를 거둬들이며눈부시게하루의 문을 연다
2025.04.28 -
박태기나무 꽃
사람들은 하늘의 별을 잡기 위해서 하늘을 향해 팔을 위로 뻗는다. 하지만, 자신의 발 밑에 꽃이 있다는 것은 알지 못한다.- 흔들리며 피는 꽃도 종 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봄꽃 함 민 복 꽃에게로 다가가면부드러움에 찔려 삐거나 부은 마음금세환해지고선해지니 봄엔아무 꽃침이라도 맞고 볼 일
2025.04.25 -
단풍나무 꽃
참 오래 걸렸다박 희 순 가던 길잠시 멈추는 것어려운 게 아닌데 잠시 발 밑을 보는 것시간 걸리는 게 아닌데 우리 집마당에 자라는애기똥풀 알아보는데아홉 해나 걸렸다. 마음을 비우는 시이 해 인 차창 밖으로 산과 하늘이언덕과 길들이 지나가듯이우리의 삶도 지나가는 것임을 길다란 기차는연기를 뿜어대며 길게 말하지요 행복과 사람근심과 걱정미움과 분노 다 지나가는 것이니마음을 비우라고큰 소리로 기적을 울립니다.
2025.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