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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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지향적인 삶
존재 지향적인 삶 삶을 마치 소유물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소멸을 두려워한다.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이 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 모두가 한때일 뿐, 그러나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이다. 내일을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것은 이미 오늘을 제대로 살고 있지 않다는 증거이다. 오늘을 마음껏 살고 있다면 내일의 걱정 근심을 가불해 쓸 이유가 어디 있는가. 죽음을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 것은 생에 집착하고 삶을 소유로 여기기 때문이다. 생에 대한 집착과 소유의 관념에서 놓여날 수 있다면 엄연한 우주 질서 앞에 조금도 두려워할 것이 없다.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는 것이므로. 물소리에 귀를 모으라. 그것은..
2010.06.04 -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우주에 살아 있는 모든 것은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움직이고 흐르면서 변화한다. 한 곳에 정지된 것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해와 달이 그렇고 별자리도 늘 변한다. 우리가 기대고 있는 이 지구도 우주 공간에서 늘 살아 움직이고 있다. 무상하다는 말은 허망하다는 것이 아니라 '항상 하지 않다', '영원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화한다는 뜻이다. 이것이 우주의 실상이다. 변화의 과정 속에 생명이 깃들어 있고, 변화의 과정을 통해 우주의 신비와 삶의 묘미가 전개된다. 만일 변함없이 한 자리에 고정되어 있다면 그것은 곧 숨이 멎은 죽음이다. 살아 있는 것은 끝없이 변하면서 거듭거듭 형성되어 간다. 봄이 가고 여름과 가을과 겨울이 그와 같이 순환한다. 그것은 ..
2010.06.04 -
수행의 이유
수행의 이유 우리가 수행을 하는 것은 새삼스럽게 깨닫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깨달음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닦지 않으면 때 묻기 때문이다. 마치 거울처럼, 닦아야 본래부터 지니고 있는 그 빛을 발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든 자기 자신 안에 하나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그 마음 밑바닥에서는 고독한 존재이다. 그 고독과 신비로운 세계가 하나가 되도록 안으로 살피라. 무엇이든 많이 알려고 하지 말라. 책에 너무 의존하지 말라. 성인의 가르침이라 할지라도 종교적인 이론은 공허한 것이다. 진정한 앎이란 내가 직접 체험한 것, 이것만이 내 것이 될 수 있고 나를 형성한다.
2010.05.10 -
그냥, 걷기만 하세요
그냥, 걷기만 하세요. 법정 한 걸음, 한 걸음 삶을 내딛습니다. 발걸음을 떼어놓고 또 걷고, 걷고...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지만 짊어지고 온 발자국은 없습니다. 그냥, 가버리면 그만인 것이 우리 삶이고 세월입니다. 한 발자국 걷고 걸어온 그 발자국 짊어지고 가지 않듯 우리 삶도 내딛고 나면 뒷발자국 가져오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냥, 그냥 살아갈 뿐... 짊어지고 가지는 말았으면 하고 말입니다. 다 짊어지고, 그 복잡한 짐을 어찌하겠습니까. 그냥 놓고 가는 것이 백 번, 천 번 편한 일입니다. 밀물이 들어오고 다시 밀려 나가고 나면 자취는 없어질 것입니다. 그냥, 내버려 두세요. 애써 잡으려 하지 마세요. 없어져도 지금 가고 있는 순간의 발자국은 여전히 그대로일 겁니다. 앞으로 새겨질 발자국, 삶의 자..
2010.05.03 -
좋은 말
좋은 말 우리는 좋은 말을 듣기 위해 바쁜 일상을 쪼개어 여기저기 찾아다닌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번번이 실망한다. 그 좋은 말이란 무엇인가? 또 어디에 좋은 말이 있는가? 그리고 또 무엇 때문에 그 좋은 말을 듣고자 하는가? 아무리 좋은 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할지라도 나 자신이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그 어떤 좋은 말도 내게는 무의미하고 무익하다. 좋은 말은, 좋은 가르침은 사람의 입을 거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우주 만물이 매 순간 그때 그곳에서 좋은 가르침을 펼쳐 보이고 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얼마나 많은 좋은 말을 들어왔는가. 지금까지 들은 좋은 말만 가지고도 누구나 성인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말이란 그렇게 살기 위한 하나의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의 삶에 이어지지 않으..
2010.04.28 -
이 자리에 살아 있음
이 자리에 살아 있음 우리가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 바로 이 자리에서 이렇게 살아 있음이다. 어제나 내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 지금 이 자리에 있음이다. 우리가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순간마다 새롭게 태어남을 뜻한다.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알아차릴 때 죽음은 결코 삶과 낯설지 않다. 우리는 죽음 없이는 살 수 없다. 순간순간 심리적으로 죽지 않는다면 우리는 새로운 삶을 이룰 수 없다. 오늘이 어제의 연속이 아니라 새날이요, 새 아침인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법정 잠언집 중에서
2010.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