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적 답사기/나도 한 그루 나무이고 싶다(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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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대(學士臺) 전나무
학사대(學士臺) 전나무 2015.3.17 해인사 일주문을 지나 대적광전에 참배하고 서쪽 언덕에 오른다. 이곳에는 고운 최치원이 벼슬을 버리고 스스로 외로운 구름이라 이름 짓고 유랑하다 만년에 세상을 등지고 가야산에 숨어들어 은거하며 언덕에 정자를 짓고 시서(詩書)에 몰입했던 학사대(學士臺)가 있던 곳이다. 그가 이곳에서 가야금을 타면 수많은 학들이 날아와서 경청했다고 한다. 기이하게 자란 한 그루 노송 아래를 지나면 높게 쌓은 석축 위로 나무줄기가 둘로 갈라진 전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다. 가지 하나가 처진 듯 자라 오른 특이한 모습의 전나무다. 둘로 갈라진 나무 줄기 가운데 부러진 가지가 남아 있는데 그 모양이 흡사 용의 머리를 닮아 더욱 기이하기만 하다. 줄기에 자라는 푸른 이끼와 돌같이 단단해 ..
2015.04.08 -
나곡마을의 구룡목(龜龍木)
나곡마을의 구룡목(龜龍木) - 합천군 묘산면 화양리 소나무 2015. 3.16. 가야산 가는 길에 묘산면 화양리의 나곡마을을 들리기 위해 합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묘산. 거창행 군내버스를 타고 묘산면 삼거리에서 하차한다. 나곡마을 까지는 대중교통편이 원활치 못하여 도상거리 약 7km를 걷기로 한다. 걸어서 가는 길은 싱그럽고 편안하여 또 다른 세상이 보인다. 묘산면(妙山面)은 고려시대에 심묘면으로 되었다가 조선시대에는 심묘와 거울산으로 나누어졌다가 1914년 행정구역 개편 시 묘산면이 되었다. 동쪽은 경상북도 합천읍, 서쪽은 거창군과 봉산면, 남쪽은 합천읍과 봉산면, 북쪽은 야로면과 가야면에 인접해 있다. 산세를 보면 서북쪽은 오도산과 두무산, 동쪽은 만대산과 노태산, 남쪽으로는 마령산이 뻗어 있으며, 면 ..
2015.03.27 -
풍년과 흉년을 점치는 '인천 신현동 회화나무'
풍년과 흉년을 점치는 '인천 신현동 회화나무' 잔가지를 활짝 펼친 나목(裸木)의 겨울 회화나무가 보고 싶어 집을 나선다. 7호선 전철을 타고 인천 부평구청역에서 내려 신현동 행 버스로 환승한다. 원적산터널을 지나 신현동 롯데슈퍼 정류장에 내리니 찬 바람이 옷깃을 파고든다. 롯데슈퍼 옆 골목길로 들어서니 멀리 연립주택 사이로 시커먼 나무 한 그루 보인다. 주택개발로 인하여 연립주택에 에워싸인 좁은 공간에 서 있는 이 나무가 천연기념물 제315호 '인천 신현동 회화나무'다. 굵은 밑동에서 여러 갈래의 가지가 뻗어 올라 장대한 모습을 하고 있다. 주름살처럼 보이는 껍질, 군데군데 피부는 벗겨지고, 이곳저곳 울퉁불퉁한 옹두리에서 500년 긴 세월을 본다. 경외감을 느끼게 하는 장엄한 나무의 자태이다. 나목(裸木..
2015.03.09 -
雪花 핀 금강소나무에서 들리는 거문고 소리
雪花 핀 금강소나무에서 들리는 거문고 소리 2015. 2. 5 대설大雪 내린 설악산 눈꽃 산행 부산스러운 소리에 이른 새벽 눈을 뜬다. 웅성거리는 소리로 짐작건대 간밤에 설악산에 큰 눈이 내린 것 같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 중청대피소 통로로 나서니 세찬 눈보라가 얼굴을 할퀴어 눈을 뜰 수가 없다. 주먹 같은 눈이 펄펄 날리고 있다. 국립공원 직원이 말하길 현재 대설경보가 내려져 있고 입산통제 중이라 한다. 하산길은 오색코스와 천불동계곡코스만이 가능하다고 한다. 일출을 보는 일 없어 천천히 조반을 해 먹고 날이 밝자 스패치를 두르고 이른 아침 중청대피소를 나서니 눈이 그쳤다. 간밤 큰 눈이 내려 쌓이고 운무까지 가득하여 앞이 보이지 않는다. 눈길을 걸으니 발목이 눈 속에 푹푹 빠진다. 대청봉을 오르니 하늘..
2015.02.28 -
자작나무 사이로 하얀 겨울바람이 부는 설악산
자작나무 사이로 하얀 겨울바람이 부는 설악산 2015. 2.3 - 2.4 설악산을 대표하는 천불동계곡의 비경 비선대에 이르러 고개를 젖혀 올려다보니 미륵봉 형제봉 선녀봉 깎아지른 침봉이 병풍을 치고 있다. 비선교 철다리를 건너 북쪽의 금강굴과 마등령 가는 길을 바라보며 왼쪽 철대문을 넘는다. 설악산을 대표하는 천불동계곡 화채릉과 공룡릉 자락이 만들어내는 비선대부터 대청봉까지 이어지는 12km의 깊은 협곡은 각양각색의 물줄기, 폭포와 담이 비경을 만들어낸다. 얼어붙은 깊은 협곡 따라 또는 가로지르며 놓인 아슬아슬한 철계단과 철다리를 지난다. 공룡능선의 자락이 만들어낸 설악골과 잦은 바위골의 초입을 지난다. 눈 쌓인 얼어붙은 계곡과 기치창검 같이 치솟은 침봉들이 만들어내는 비경에 푹 빠진다. 암벽에 뿌리를 ..
2015.02.25 -
함양학사루(咸陽學士樓)의 느티나무
함양학사루(咸陽學士樓)의 느티나무 2015. 1. 12 함양군청을 향하여 걷다가 문득 앞을 가로막는 느낌에 눈을 드니 큰 나무 한 그루 우뚝 서 있다. 네 아름도 넘는 우람한 줄기에서 여러 갈래로 가지가 갈라진 느티나무는 잔가지를 둥글게 사방으로 활짝 펼치고 있다. 나무 뒤로 함양초등학교 흰 건물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다. 이곳은 통일신라시대 함양태수를 지낸 최치원이 이 누각에 올라 시를 지었다 하여 붙여진 학사루(學士樓)가 있었던 곳이다. 이 느티나무는 조선 전기의 성리학자인 점필재 김종직이 함양현감으로 지낼 당시 학사루 앞에 심은 것으로 전해진다. 1474년 함양 현감으로 임기가 끝날 무렵 5살짜리 아들 목아(木兒)를 반진으로 잃는다. 그의 시집 '점필재집(佔畢齋集)'에는 목아(木兒)를 애도하는 시가 ..
2015.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