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과 흉년을 점치는 '인천 신현동 회화나무'

2015. 3. 9. 09:09문화유적 답사기/나도 한 그루 나무이고 싶다

풍년과 흉년을 점치는 '인천 신현동 회화나무'

  

잔가지를 활짝 펼친 나목(裸木)의 겨울 회화나무가 보고 싶어 집을 나선다.

7호선 전철을 타고 인천 부평구청역에서 내려 신현동 행 버스로 환승한다. 

원적산터널을 지나 신현동 롯데슈퍼 정류장에 내리니 찬 바람이 옷깃을 파고든다.

롯데슈퍼 옆 골목길로 들어서니 멀리 연립주택 사이로 시커먼 나무 한 그루 보인다.

주택개발로 인하여 연립주택에 에워싸인 좁은 공간에 서 있는 이 나무가 천연기념물 제315호 '인천 신현동 회화나무'다.

굵은 밑동에서 여러 갈래의 가지가 뻗어 올라 장대한 모습을 하고 있다. 

주름살처럼 보이는 껍질, 군데군데 피부는 벗겨지고, 이곳저곳 울퉁불퉁한 옹두리에서 500년 긴 세월을 본다.

경외감을 느끼게 하는 장엄한 나무의 자태이다.

나목(裸木)의 회화나무는 사방 허공에 실핏줄처럼 잔가지를 활짝 펼치고 있다.

허공으로 허공으로 펼쳐 나가는 기상이 자유롭고 고고하기만 하다.

학자들도 회화나무처럼 자유로운 기상을 통해 학문을 성취한다 하여 사람들은 선비 정신을 회화나무에 비유했다.

예로부터 학자들이 서당이나 서원에 즐겨 심었기에 '학자수(學者樹)' 또는 '선비나무'라 불렀다.

 

더울 때는 사람들에게 그늘이 되어주는 신현동 회화나무는,

마을 사람들에게 농사의 풍년과 흉년을 점치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이 회화나무에 꽃이 필 때 위쪽에서 먼저 피면 풍년이 오고, 아래쪽에서 먼저 피면 흉년이 든다고 마을 사람들에게 전해져 내려왔다.

잔가지 끝에 아직도 달려있는 열매 꼬투리가 바람에 흔들린다.

 

고목  

김 남 주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해를 향해 사방팔방으로 팔을 뻗고 있는 저 나무를 보라

주름살투성이 얼굴과

상처자국으로 벌집이 된 몸의 이곳저곳을 보라

나도 저러고 싶다 한 오백 년

쉽게 살고 싶지는 않다 저 나무처럼

길손의 그늘이라도 되어주고 싶다

 

 

 

 

 

 

 

인천 신현동 회화나무   < 천연기념물 제315호 >

회화나무는 모양이 둥글고 온화하여 중국에서는 높은 관리의 무덤이나 선비의 집에 즐겨 심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을 왕래하던 사신들이 들여와 향교나 사찰 등에 심었다. 특히 회화나무는 활엽수 중 공해에 강한 나무로 가로수나 공원수로도 활용된다. 인천 신현동의 회화나무는 나이가 약 500살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 22m, 가슴높이의 둘레 5.59m로 가지는 사방으로 길게 뻗어 있다. 마을 사람들에게 그늘을 제공해 주고 있으며, 농사의 풍년과 흉년을 점치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마을 사람들은 나무에 꽃이 필 때 위쪽에서 먼저 피면 풍년이 오고, 아래쪽에서 먼저 피면 흉년이 든다고 예측했다 한다. 인천 신현동의 회화나무는 오랜 세월 동안 조상들의 관심과 보살핌 속에 살아온 나무로 문화적·생물학적 자료로서의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문화재청>

 

 

천연기념물 제315호  인천 신현동의 회화나무  표지석

 

 

 

 

 

나목(裸木)의 회화나무는 사방 허공에 실핏줄처럼 잔가지를 활짝 펼치고 있다. 허공으로 허공으로 펼쳐 나가는 기상이 자유롭고 고고하기만 하다.

 

         

 

 

회화나무 열매 꼬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