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시(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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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반같이 둥근 보름달
달빛기도이 해 인사랑하는 당신에게추석인사 보냅니다너도 나도집을 향한 그리움으로동근달이 되는 한가위우리가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달빛처럼 순하고부드럽기를우리 삶이욕심의 어둠을 걷어내좀 더 환해지기를모난 마음과 편견 버리고좀 더 둥글어 지기를두 손 모아 기도하려니하늘보다내 마음에고운 달이 먼저 뜹니다한가위 달을마음에 걸어두고당신도내내 행복하세요... 둥글게.
2024.09.14 -
풀꽃
풀꽃이 성 선 맑은 마음을 풀꽃에 기대면향기가 트여 올 것 같아외로운 생각을 그대에게 기대면이슬이 엉킬 것 같아마주 앉아 그냥 바라만 본다. 눈 맑은 사람아마음 맑은 사람아여기 풀꽃밭에 앉아한나절이라도 아무 말 말고풀꽃을 들여다보자. 우리 사랑스러운 땅의 숨소릴 듣고애인같이 작고 부드러운저 풀꽃의 얼굴 표정고운 눈시울을 들여다보자. 우리 가슴을 저 영혼의 눈썹에밟히어 보자.기뻐서 너무 기뻐눈물이 날 것이네. 풀꽃아너의 곁에 오랜 맨발로 살련다.너의 맑은 얼굴에 볼 비비며바람에 흔들리며이 들을 지키련다. 솜다리김 승 기 우주를 안아 보려는 꿈이높은 산을 오르게 했을까설악(雪嶽)의 암석 위에서이슬 먹고 피는꽃이여솜털로 온몸을 둘렀어도비바람 치는벼랑 끝바위를 붙잡은 손이얼마나 시릴까하늘을 가까이하려면그만한 ..
2024.08.20 -
비이슬
빗소리박 건 호 빗소리를 듣는다밤중에 깨어나 빗소리를 들으면환히 열리는 문이 있다산만하게 살아온 내 인생을가지런히 빗어주는 빗소리현실의 꿈도 아닌 진공상태가 되어빗소리를 듣는다빗소리를 듣는다는 것은얼마나 반가운 일이냐눈을 감으면 넓어지는세계의 끝을 내가 간다귓속에서 노래가 되기도 하는 빗소리이 순간의 느낌을 뭐라고 표현할까빗소리를 듣는다빗소리를 듣는다는 것은얼마나 반가운 일이냐 풀잎 끝에 이슬이 승 훈 풀잎 끝에 이슬 풀잎 끝에 바람풀잎 끝에 햇살오오 풀잎 끝에 나풀잎 끝에 당신우린 모두 풀잎 끝에 있네잠시 반짝이네잠시 속에 해가 나고바람 불고 이슬 사라지고그러나 풀잎 끝에 풀잎 끝에 한 세상이 빛나네어느 세월에나 알리요? 빗소리주 요 한 비가 옵니다.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
2024.07.02 -
이 아침의 행복을 그대에게
이 아침의 행복을 그대에게 이 채 별들이 놀다간 창가에 기대어 싱그런 아침의 향기를 마시면 밤새 애태우던 꽃꿈 한 송이 하이얀 백합으로 피어나 오늘은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아 햇살 머무는 나뭇가지에 앉아 고운 새 한 마리 말을 걸어와요 행복이란 몸부림이 아니라 순응하는 것이라고 느끼는 만큼 누리고 누리는 만큼 나누는 것이라고 새록새록 잠자던 풀잎들도 깨어나 방긋 웃으며 속삭이는 말 사랑이란 덜어주는 마음 만큼 채워지는 기쁨이야 꽃이 되기 위해 조금 아파도 좋아 눈부신 햇살, 반짝이는 이슬방울아! 내게도 예쁜 꿈 하나 있지 그대 내 마음에 하늘 열면 나 그대 두 눈에 구름 머물까 오늘은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아
2023.11.25 -
지금. 이 시간
지금. 이 시간 소산/문 재학 세월 속에 떠가는 것이 인생이 아니던가? 따뜻한 햇살과 향기로운 바람이 하루의 창을 열며 삶의 희열(喜悅)을 일깨운다. 자나간 것은 좋던 나쁘던, 슬픔과 기쁨도 단지(但只) 추억의 빛으로 남을 뿐 모두 다 덧없기 그지없다. 한 번뿐인 소중한 인생길에 지금. 이 시간. 한순간이라도 천금(千金)같이 알뜰하게 보람으로 수(繡)놓으며 향유(享有)하면 삶은 더욱 윤택(潤澤)해지고. 매사에 긍정적이고 사랑으로 충만한 삶은 언제나 행복으로 다가오리라.
2022.06.19 -
구름
구름 이 성 선·(1941-2001) 구름은 허공이 집이지만 허공엔 그의 집이 없고 나무는 구름이 밟아도 아파하지 않는다 바람에 쓸리지만 구름은 바람을 사랑하고 하늘에 살면서도 마을 샛강에 얼굴 묻고 웃는다 구름은 그의 말을 종이 위에 쓰지 않는다 꺾어 흔들리는 갈대 잎새에 볼 대어 눈물짓고 낙엽 진 가지 뒤에 기도하듯 산책하지만 그의 유일한 말은 침묵 몸짓은 비어 있음 비어서 그는 그리운 사람에게 간다 신성한 강에 쓰고 나비 등에 쓰고 아침 들꽃의 이마에 말을 새긴다 구름이 밟을수록 땅은 깨끗하다
2022.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