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걷는 길/빛과 바람, 구름,비,안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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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빼어난 균제미均齊美 다랑쉬오름
시시각각 변하는 빛과 바람, 구름, 비, 안개 (4) 빼어난 균제미均齊美 다랑쉬오름 2013.10.23 중산간 초원에서는 사철 내내 억새를 볼 수 있다. 내가 살았던 구좌읍 대천동의 중산간 마을도 주변이 온통 억새밭이다. 5월이면 억새의 새싹이 나온다. 6월이면 제법 빠르게 자라고, 7월이면 잎이 억세어지고, 8월이면 키가 2미터 가까이 자란다. 9월이면 꽃대가 굵어지고, 10월이면 꽃이 피고, 11월이면 꽃이 붉은색에서 하얗게 변해간다. 12월이면 꽃들이 바람에 날려 앙상한 줄기만 남는다. 겨우내 눈과 바람에 시달려도 억새는 바람에 떠미는 방향으로 눕지 않는다. 바람은 다시 봄이 올 때까지 초원의 억새들과 장난질을 한다. 심술 사나운 돌풍이 짓궂게 장난을 걸어오면 억새는 더욱 신명나게 춤을 춘다. 힘센..
2013.11.01 -
(3) 線이 부드럽고 풍만한 용눈이오름
시시각각 변하는 빛과 바람, 구름, 비, 안개 (3) 線이 부드럽고 풍만한 용눈이오름 2013.10.23 종종 안개비에 젖어 섬은 제 모습을 숨기고 나를 외롭게 만든다. 섬에서도 내가 사는 중산간 마을은 유독 안개가 많고 비가 잦다. 광활한 초원의 목초지가 수평선까지 이어지고 소와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다. 군데군데 솟아오른 오름들은 이국적인 정취에 빠져들게 한다. 인기척이라곤 느낄 수 없는 중산간의 초원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선이 부드럽고 볼륨이 풍만한 오름들은 늘 나를 유혹한다. 유혹에 빠진 나는 이곳을 떠날 수 없다. 밝은 밤에도, 폭설이 내려도, 초원으로 오름으로 내달린다. 그럴 때면 나는 오르가슴을 느낀다. 행복감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살아 있음에 감사한다. 도시보다는 자연에서, 낮보다는 밤..
2013.10.31 -
(2) 바람, 구름이 있는 소박한 풍경
시시각각 변하는 빛과 바람, 구름, 비, 안개 (2) 바람, 구름이 있는 소박한 풍경 2013.10.22 들판에는 내 마음을 사로잡는 풍경이 있습니다. 마음이 불편할 때마다 찾아가 세상을 탓하고 나 자신을 탓합니다. 어린아이처럼 투정도 부려봅니다. 하지만 들판은 한결같이 반갑게 맞아줄 뿐입니다. 그리고 새들을 초대해 노래 부르게 합니다. 풀벌레를 초대해 반주를 하게 합니다. 구름과 안개를 초대해 강렬한 빛을 부드럽게 만들어줍니다. 해와 달을 초대해 춤판을 벌이게 합니다. 새로운 희망을 보여줍니다. 마음이 평온할 때면 나는 그 들판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지냅니다. 마음이 불편해져야 그 들판을 생각합니다. 그래도 들판은 즐거운 축제의 무대를 어김없이 펼쳐줍니다. 들판이 펼쳐놓는 축제의 무대를 즐기다 보면 다..
2013.10.30 -
(1) 소산오름 기슭의 신성한 숲 산천단山川壇
시시각각 변하는 빛과 바람, 구름, 비, 안개 (1) 소산오름 기슭의 신성한 숲 산천단山川壇 2013.. 10.22 오름 전체가 해송, 삼나무, 편백나무가 어우러진 숲을 이루고 있는 소산오름 북동쪽 기슭에는 신성한 숲이 있다. 사천왕처럼 우뚝우뚝 선 5-600년 곰솔이 지키고 있는 유서 깊은 제단 "산천단(山川壇)"이다. 수령 5-6백 년의 곰솔 여덟 그루가 "한라산신제단" 둘레를 빙 둘러싸고 있다. 검은색 껍질의 우뚝우뚝 솟은 장대한 곰솔이 신비롭게 다가온다. 천연기념물 제160호로 지정된 제주 산천단 곰솔 군(濟州 山川壇 곰솔 群) 곰솔은 소나무과로 잎이 소나무 잎보다 억세기 때문에 "곰솔"이라고 부른다. 소나무의 겨울눈은 붉은색인데 반해 곰솔은 회백색이다. 바닷가를 따라 자라기 때문에 해송(海松)이..
2013.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