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빼어난 균제미均齊美 다랑쉬오름

2013. 11. 1. 23:55나를 찾아 걷는 길/빛과 바람, 구름,비,안개

시시각각 변하는 빛과 바람, 구름, 비, 안개

 (4) 빼어난 균제미均齊美 다랑쉬오름    

     2013.10.23

 

 

중산간 초원에서는 사철 내내 억새를 볼 수 있다.

내가 살았던 구좌읍 대천동의 중산간 마을도 주변이 온통 억새밭이다.

5월이면 억새의 새싹이 나온다.

6월이면 제법 빠르게 자라고, 7월이면 잎이 억세어지고, 8월이면 키가  2미터 가까이 자란다.

9월이면 꽃대가 굵어지고, 10월이면 꽃이 피고, 11월이면 꽃이 붉은색에서 하얗게 변해간다.

12월이면 꽃들이 바람에 날려 앙상한 줄기만 남는다.

 

겨우내 눈과 바람에 시달려도 억새는 바람에 떠미는 방향으로 눕지 않는다.

바람은 다시 봄이 올 때까지 초원의 억새들과 장난질을 한다.

심술 사나운 돌풍이 짓궂게 장난을 걸어오면 억새는 더욱 신명나게 춤을 춘다.

힘센 바람이 제아무리 못살게 굴어도 처음 모습 그대로이다.

아람드리 나무들도 얼마 버티지 못해 뿌리째 뽑히고 크고 작은 나무들도 바람이 떠미는 방향으로 누워 있건만 억새는 끄떡도 않는다.

 

나는 그 심술궂은 바람을 좋아한다.

바람은 멀리서 씨앗들을 한 움큼식 가져와 내게 잘 보이려 아양을 떤다.

나는 그 바람을 품고 안고 사시사철 함께 중산간 초원을 떠돈다.

사철 억새와 함께 생활하는 나는 억새의 변화에 따라 기분도 변한다.

내 감정은 고여 있지 않고 주변 분위기에 따라 흐른다.

 

중산간 초원 억새의 아름다움은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어떤 이는 파란 하늘과 조화를 이루는 억새를 사랑하고, 어떤 이는 구름이 짙게 가라앉은 날 아침이나 저녁, 여명에 드러나는 억새를 좋아하고,

어떤 이는 바람 부는 날 너울너울 춤을 추는 억새를 으뜸으로 꼽는다.

어떤 빛에서 사물을 보았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사물이 놓인 주변환경에 따라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은 확연히 다르다.

장마철이면 안개 짙은 날 치자꽃 향기에 취해 마시는 커피 맛은 유별나다.

눈이 소복하게 쌓인 날 보름달을 보며 마시는 차 맛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나만의 즐거움이다.

 -    김영갑의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중 '나는 바람을 안고 초원을 떠돈다'에서

 

 

다랑쉬오름 (月郞峰)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읍 구좌읍 세화리 산 6번지 일대 소재

標高 382.4m, 比高 200여 m,  오름 밑지름 1,000m, , 전체둘레 3,400여 m 되는 넓고 높은 오름

굼부리 바같 둘레 1,500여 m이고 남북으로 긴 타원형을 이루고, 깊이는 115m

 

 

다랑쉬오름과 아끈다랑쉬오름

 

 

   

 

  

 

 

 

 

 

 

 

 

구름이 잔뜩 끼고 이따금 비가 후두둑 떨어지는 사려니숲길 탐방을 마치고 늦은 오후 귀로에 오르니 동쪽으로 파란 하늘이 열린다.

 

다랑쉬오름으로 향한다. 

울울한 삼나무 편백나무 숲 속으로 잘 정돈된 나무 계단을 따라 오른다.

나무 계단이 끝나고 지그재그 고무판이 깔린 가파른 산길을 오른다.

순식간에 강한 바람이 구름을 몰고 온다.

산길 옆 무리지어 피어난 산박하꽃이 끊임없이 부는 바람에 꽃잎을 파르르 떨고 있다.

자주쓴풀, 엉겅퀴도 해쓱해 보인다.

 

오름 능선에 오르니 움퍽 패인 상당히 깊고 넓은 분화구가 보인다.

화구 바닥은 원형에 가까운 지름 30m 넓이에, 한라산 백록담과 같은 115m 깊이를 가지고 있다.

제주 신화에 따르면 설문대할망이

치마로 흙을 나르면서 한줌 씩 집어 놓으며 간 것이 오뚝오뚝 수많은 오름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인데 이곳에 흙 한 줌을 집어놓고 보니 너무 도드라졌다

하여 주먹으로 탁 친 것이 패어져 생겼다는 굼부리이다.

 

다랑쉬라는 이름은 산봉우리의 분화구가 마치 달처럼 둥글게 보인다 하여 이름 붙였다고 전해진다.

굼부리 속에서 알이 태어나듯 떠오르는 달을 송당리마을 사람들은 자랑거리로 여긴다.

또 다른 언어학적 해석으로는 다랑쉬라는 이름은 달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다랑쉬는 부여.고구려어 '달수리'의 변화라는 것이다.

'달'은 높다.산.고귀하다 등의 뜻을 가졌고 '쉬'는 봉(峰)의 뜻을 가진 '수리'에서 변한 것으로, 결국' 다랑쉬'는 '높은 봉우리'를 뜻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발밑을 내려다보면 다랑쉬오름과 닮은꼴의 낮고 자그마한 오름이 보인다.

둘레 약 600m 귀엽게 생긴  아끈다랑쉬오름(小月郞峰)이다,

아끈이란 버금가는 것, 둘째 것이라는 뜻으로.  새끼다랑쉬라는 뜻이다.

 

억새 꽃이 너울거리는 능선길을 걷는다.

반짝이는 하얀 억새꽃 너머로 움푹 파인 굼부리가 아름답다.

눈을 들어 사방을 둘러보면 어느 곳이든 수많은 오름들이 아스라이 펼쳐져 있다.

구좌읍 일대에서는 '높은 오름'(405m)을 제외하고 이 다랑쉬오름이 제일 높아 조망이 가장 수려한 곳이다.

 

반짝이는 억새를 보며

              김 대식

 

꽃이라 부르기엔
너무 하얗게 쉬어버린 백발
하얀 백발조차 그토록 윤이 나게 아름다운 건
억세도록 힘차게 살아온 생
아마도 그 억센 생명력 투지 때문이었을까?
불어오는 폭풍에도 굳건히 견뎌온 억센 끈질김
그 속에
이렇게 눈부시게 아름다운
순백의 부드러움이 있었을 줄

 

 

 

 

 

 

화구의 바같 둘레는 1,500m이고 긴 타원형으로 생겼다.

화구 바닥은 원형에 가까운 지름 30여m 이고, 깊이는 115m로 산 자체 높이(비고 200m)의 절반 이상이 움푹 패어 들어갔다.

한라산 백록담의 깊이와 같다.

 

 

 

 

 

 

 

너울 거리 는 억새꽃이 장관이다

 

 

 

                                                     귀엽게 생긴  아끈다랑쉬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