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
2025. 5. 13. 12:48ㆍ사진/나무
플라타너스
김 현 승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너는 사모할 줄을 모르나,
플라타너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먼 길에 올 제,
홀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너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이제 너의 뿌리 깊이
나의 영혼을 불어넣고 가도 좋으련만,
플라타너스,
나는 너와 함께 신(神)이 아니다!
수고론 우리의 길이 다하는 어느 날,
플라타너스,
너를 맞아 줄 검은 흙이 먼 곳에 따로이 있느냐?
나는 오직 너를 지켜 네 이웃이 되고 싶을 뿐,
그곳은 아름다운 별과 나의 사랑하는 창이 열린 길이다.



아름다운 사람
이 성 선
바라보면 지상에서 나무처럼
아름다운 사람은 없다
늘 하늘빛에 젖어서 허공에 팔을 들고
촛불인 듯 지상을 밝혀준다
땅속 깊이 발을 묻고 하늘 구석을 쓸고 있다
머리엔 바람을 이고 별을 이고
악기가 되어온다
내가 저 나무를 바라보듯
나무도 나를 바라보고 아름다워할까
나이 먹을수록 가슴에 깊은
영혼의 강물이 빛나 머리 숙여질까
나무처럼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고 싶다
나무처럼 외로운 사람으로 살고 싶다
혼자 있어도 노을이 찾아와 빛내주고
새들이 품속을 드나들며 집을 짓고
영원의 길을 놓는다
바람이 와서 별이 와서
함께 밤을 지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