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성 선(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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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답법을 버리다
문답법을 버리다 -山詩 이 성 선 산에 와서 문답법을 버리다 나무를 가만히 바라보는 것 구름을 조용히 쳐다보는 것 그렇게 길을 가는 것 이제는 이것 뿐 여기 들면 말은 똥이다
2010.06.11 -
설악운
설악운(雪嶽韻) 이 성 선 신의 힘 가득한 설악 큰 병풍 속으로 어느날 휘적휘적 혼자 걸어들어가는 이 들어간 후 몸이 보이지 않는 이 영봉에 구름으로 일어나고 골짜기 바람으로 물소리로 섞여 몸은 이미 버린 이 자유로운 이 가끔 새소리 속에 그의 말소리가 섞여들리고 저녁 하늘에 그의 발자취가 보이고 밤의 물속에 별로 흩어져 깔린 보이지 않는 이 그러나 모든 곳에 보이는 이 영혼은 산갈피에 숨어 뻐꾹이로 우는가 흐르다 고여 산목련으로 피어나고 하늘을 지붕삼고 떠돌다가 바위로 굳어 미소하는 산 열고 산 안에 고요로 앉아 눈물로 앉아 몸 다 비우고 어두운 어느 저녁, 산을 나오는 이 바닷가에 앉아 발을 씻는 이 이슥한 밤 달로 떠올라 허공을 걸어가는 그 발이 환이 빛나는 이
2010.06.11 -
풀잎으로 나무로 서서
풀잎으로 나무로 서서 이 성 선 내가 풀잎으로 서서 별을 쳐다본다면 밤하늘 별들은 어떻게 빛날까. 내가 나무로 서서 구름을 본다면 구름은 또 어떻게 빛날까. 내가 다시 풀잎으로 세상을 본다면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내 다시 나무로 서서 나를 본다면 나는 진정 어떤 모습으로 세상으로 걸어갈까. 내가 별을 쳐다보듯 그렇게 어디선가 풀잎들도 별을 쳐다보고 있다. 내가 나무를 바라보듯 그렇게 어디선가 나무도 나를 보고 있다.
2010.06.10 -
사랑하는 별 하나
사랑하는 별 하나 이 성 선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될 수 있을까 외로워 쳐다보면 눈 마주쳐 마음 비쳐 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세상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 가슴에 화안히 안기어 눈물짓듯 웃어 주는 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마음 어두운 밤 깊을 수록 우러러 쳐다보면 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 길을 비추어 주는 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
2010.06.10 -
노루귀꽃과 벌(5)
노루귀꽃 숨소리 이 성 선 늦은 저녁 산에 귀 대고 자다 달빛 숨소리 부서지는 골짜기로 노루귀꽃 몸을 연다 작은 이 소리 천둥보다 크게 내 귀 속을 울려 아아 산이 깨지고 우주가 깨지고
2010.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