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운

2010. 6. 11. 00:01시 모음/시

설악산

 

 

설악운(雪嶽韻)

이 성 선
     
신의 힘 가득한 설악
큰 병풍 속으로
어느날 휘적휘적
혼자 걸어들어가는 이

 

들어간 후
몸이 보이지 않는 이

 

영봉에 구름으로 일어나고
골짜기 바람으로 물소리로 섞여
몸은 이미 버린 이
자유로운 이

 

가끔 새소리 속에 그의 말소리가 섞여들리고
저녁 하늘에 그의 발자취가 보이고
밤의 물속에 별로 흩어져 깔린

 

보이지 않는 이
그러나 모든 곳에 보이는 이

 

영혼은 산갈피에 숨어 뻐꾹이로 우는가
흐르다 고여 산목련으로 피어나고
하늘을 지붕삼고 떠돌다가
바위로 굳어 미소하는

 

산 열고 산 안에
고요로 앉아
눈물로 앉아
몸 다 비우고

 

어두운 어느 저녁, 산을 나오는 이
바닷가에 앉아 발을 씻는 이

 

이슥한 밤 달로 떠올라 허공을 걸어가는
그 발이 환이 빛나는 이

'시 모음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에 시를 두고  (0) 2010.06.11
문답법을 버리다  (0) 2010.06.11
풀잎으로 나무로 서서  (0) 2010.06.10
사랑하는 별 하나  (0) 2010.06.10
엉겅퀴 꽃  (0) 2010.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