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시를 두고

2010. 6. 11. 20:43시 모음/시

 

설악산 대청봉

 

설악산의 운무

 

 

 

산에 시를 두고

이 성 선

 

산에 모자를 두고 돌아왔네.

어느 산이 내 모자를 쓰고

구름 얹은 듯 앉아 있을까.

 

산에다 시를 써 두고 돌아왔네.

어느 풀포기가 그걸 밑거름으로

바람에 흔들리다가 꽃을 피울까.

 

산물을 들여다보다가 그 속에 또

얼굴마저 빠뜨리고 돌아왔네.

달처럼 돌에 부딪히고 일그러져서 어디쯤 흘러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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