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 뒤 맺힌 이슬
2024. 7. 20. 20:48ㆍ사진/풍경
장대비 내립니다
양 재 건
꼭두새벽부터 장대비 내립니다
이렇게 하면 속 시원하냐 하며
으스대듯 내립니다.
숨도 제대로 내쉬지 못하는
강바닥을 위해
시름의 눈길로 창밖을 내다보는
환자들을 위해
너희들 울음 쌓느라 애쓰고 애썼다며
으스대며 장대비 시원하게 내립니다.
하나에도 벅차고
지키기 힘든 사랑도
장대비 같이 와 - 하며
몰려와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름은 이래서 좋고
장대비도 이래서 더욱 좋습니다.
이슬
심 후 섭
이슬방울 작아도
볼 것은 다 본다
놀란 개구리 볼락대는 목젖
연못에 비친 송아지 하품
다 보고 있다.
이슬방울 작아도
볼 것은 다 본다
방아깨미 뛰어오르는 뒷다리 둘
무당벌레 까만 점 일곱 개
다 세고 있다.
물방울은 홀로일 때 아름답다
박 찬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것은 얼마나 미세한 모습인가.
잔 바람에 떠는 그의 가슴에 푸른 하늘이 숨어 있다.
배경으론 커다란 산 하나
스스로는 배경이 되지 않는, 저렇게 힘없는 것이
세상을 키우고 있다.
여름비 한단
고 영 민
마루에 앉아
여름비를 본다
발밑에 하얀
뿌리 끝이 하얀
대파 같은 여름비
빗속에 들어
초록의 빗줄기를 씻어 묶는다
대파 한 단
열무 한 단
부추 시금치 한 단 같은
그리움 한단
그저 어림잡아 묶어 놓은
내 손 한 묶음의 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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