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나무(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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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소나무(2)
소나무 정 용 진 굽이굽이 주름진 산허리 마디 없는 세월을 벼랑에 서서 상록의 눈빛으로 고고한 천품. 춘하추동 사계를 하늘 향한 지조로운 몸매로 천년 광음을 품에 안아 빗살로 가르네 그 심중은 얼마나 깊고 넓기에 바람이 깃들면 청아한 가락으로 메아리져 흐르는가. 동천(冬天) 순백의 눈발에도 늘 푸르러 그윽한 향으로 번지네 오늘도 설원에 청청히 서서 침묵으로 말하는 소나무여.
2019.09.10 -
설악산 소나무(1)
소나무 문 재학 언제나 그 자리에서묵묵히만곡(彎曲)의 용틀임으로천년을 헤아리는 소나무 귓전을 울리는감미로운 솔바람소리상큼한 솔향기에찌든 마음 맑게 헹구고 사시사철푸른 창을 열면소리 없이 넘실거리는초록의 메아리가 눈부시어라 설한풍(雪寒風)에도 꺾이지 않고청정(淸淨)한 빛생기(生氣)를 더하니 결코화려(華麗)하지 않아도순수(純粹)한너의 기개(氣槪)를 사랑하노라.
2019.09.10 -
수렴동계곡의 소나무,전나무
설악을 가며 이 성 선 수렴동 대피소 구석에 꼬부려 잠을 자다가 밤중에 깨어보니 내가 아무것도 덮지 않았구나 걷어찬 홑이불처럼 물소리가 발치에 널려 있다 그걸 끌어당겨 덮고 더 자다가 선잠에 일어난다 먼저 깬 산봉 사이로 비치는 햇살에 쫓겨서 옷자락 하얀 안개가 나무 사이로 달아난다 그 모습이 꼭 가사자락 날리며 부지런히 산길을 가는 스님 같다 흔적 없는 삶은 저렇게 소리가 없다 산봉들은 일찍 하늘로 올라가 대화를 나누고 아직 거기 오르지 못한 길 따라 내 발이 든다 길 옆 얼굴 작은 풀꽃에 붙었던 이슬들 내 발자국 소리에 화들짝 놀란다 물소리가 갑자기 귀로 길을 내어 들어오고 하늘에 매달렸던 산들이 눈 안으로 후두둑 떨어진다 오르지 못한 길 하나가 나를 품고 산으로 숨는다
2019.08.18 -
마가목
설악산 마가목 김 승 기 고향 설악은 마가목이 지천이지 산마가목 민둥마가목 잔털마가목 왕털마가목 당마가목 흰털당마가목 녹마가목 차빛당마가목 넓은잎당마가목 함께 어울려 얼마나 정다운지 몰라 월이면 출렁출렁 이 산 저 산 물들이는 꽃향 덩달아 하얗게 가슴 부풀고, 눈동자마다 깊은 노을 비치는 가을이면 몽글몽글 붉은 열매 겨울 양식 되어 설악에 터 잡고 살아가는 산새 다람쥐 청설모 산짐승들 차거운 생명 마가목차로 녹여주고 있지 마가목향에 젖으며 자라온 몸 나도 그렇게 살고 싶었지 베풀며 사는 사랑 배우고 받았으면서도 이리저리 떠돌며 제 몸뚱이 하나 추스르지 못하고 병들어 찌그러진 生의 길목에서 찾은 고향 변함없이 기쁘게 나를 반기겠지만 낯을 세울 수 없는 죄스러운 마음 어떻게 그대를 볼까 악은 언제나 그리운 ..
2019.08.18 -
인가목(人伽木)
□설악산 서북능선에 피어 있는 붉은인가목, 흰인가목 설악산 서북능선은 대청봉에서 중청-끝청-귀떼기청봉-큰감투봉-대승령- 안산까지 이어진 설악산 최장의 능선이다.서북능선은 힘든 산행코스로 능선이 길고 굴곡이 심해 체력소모가 심한 곳이다.서북능선은 서북능선의 한가운데 있는 한계령 삼거리를 기준으로 동쪽의 끝청-중청-대청봉까지의 백두대간 주능선 구간과 서쪽의 귀떼기청봉- 큰감투봉- 대승령- 안산까지의 2개의 능선으로 나누기도 한다. □인가목 (Prickly rose, 人伽木)한자로 인가목(人伽木)이라고 하나, 이름에 대한 정확한 유래는 알려진 바 없다. 높은 산이나 고지대의 숲에서 자라며, 잎이 지는 떨기나무(낙엽관목)이다. 높이는 2~3m이다. 나무껍질은 갈색이고 바늘 모양의 가시가 빽빽하게 덮인다. ..
2019.07.31 -
박쥐나무
박쥐나무꽃 김 숙 희 박쥐나무가 소매에 오렌지빛 리본을 한들거리며 살랑 말아올린 끝단을 매듭 묶어 팔랑팔랑 여름 숲길을 하이킹 가고 있다 팔랑팔랑 춤사위에 서풍도 바지 단을 말아 올리고 여름 숲도 머리칼 둥그레 말아 올리고 있다 어둔 밤을 비행한 회한이 상고의 연대기를 오르다가 살풋 나비의 꿈을 꾸었나! □박쥐나무 박쥐나무과의 낙엽성 활엽 관목으로 우리나라 각처의 바위가 많은 산의 숲속에서 자생한다. 나무껍질은 회색이며 겨울눈은 갈색 털로 덮여 있다. 잎은 사각으로 된 둥근 심장형으로 어긋나는데 잎몸 끝이 3-5개로 얕게 갈라져 손바닥 모양이 된다.잎의 가장자리는 밋밋하고 잎 뒷면에 잔털 이 드문드문 나있다.5-7월에 흰색의 꽃이 잎겨드랑이에서 아래를 향하여 피는데 꽃받침이 고리 모양이고 꽃잎은 선형으로..
2019.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