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여행기(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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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날카로운 봉우리 사이로 달이 뜨는 月出山
茶山과 草衣가 걸었던 옛길을 걷다. 2011. 11.7 월요 흐림 (1) 날카로운 봉우리 사이로 달이 뜨는 月出山 08:00 호남고속터미널에서 영암행 버스에 오른다. 영암버스터미널에서 군내버스로 갈아타고 국화축제가 열리고 있는 왕인박사유적지에서 내린다. 노란 국화가 피어있는 왕인박사유적지 너머 멀리 월출산 삐죽삐죽한 능선이 보인다. 영암의 얼굴은 무어니 무어니해도 월출산이다. 월출산은 천황봉 구정봉 도갑봉 등 높은 봉우리가 북동에서 남서 방향으로 늘어서서 병풍모양을 이루고 온갖 형상의 바위들로 가득하다. 월출산 북쪽은 영암땅이고, 남쪽은 강진이다. 월나산(月奈山), 월생산(月生山)이라고도 불렸던 월출산(月出山)은 삐죽삐죽한 바위 봉우리 사이로 달이 뜬다. 날카로운 봉우리 사이로 달이 뜨는 월출산 떠 오르..
2011.11.17 -
수종사 삼정헌
수종사 삼정헌((水鍾寺 三鼎軒)) 수령 500년의 은행나무 앞에서 두물머리를 감상한다. 내벽에 대나무와 모란이 그려진 해탈문을 지나, 대웅전을 우러른다. 소박한 당우 선불장(選佛場)에는 초의선사의 시가 주련으로 걸려 있다. 寺下淸江江上烟 峰巒如畵揷蒼天 有力雷公藏不得 玄冥榻在殿中間 百花香動鷓鴣啼 절 아래로는 맑은 강, 강 위로는 안개 우뚝한 봉우리는 그림처럼 푸른 하늘로 솟구치다 어느 거센 천둥도 부득이 감추지 못하나니 현명(玄冥)의 자리는 전각 사이에 있는지고 백화의 향기가 진동하고 자고새 우니나니 삼정헌에 들어 차 한 잔 다려 마시니 머리가 맑아지고 온몸이 상쾌해진다.
2011.08.26 -
(5) 화개골의 천년 차향(茶香)
(5) 화개골의 천년 차향(茶香) 천년차나무와 대비암 2011.7.24. 일요일 안개 흐림 새벽 으슴푸레한 길에 선다. 파르스름한 겹겹의 지리산 봉우리들이 해맑은 새벽안갯속에 묻혀 있다. 진감국사는 다도의 선구자요, 차의 달인이다. 다선일미의 진수를 터득한 그는 당나라에서 귀국할 때 차나무 씨앗을 가져와 옥천사 주위에 심고 가꾸었다. 봄이 오면 돋아난 새 잎을 따서 덖어 차를 만들어 마시며 수행정진 하였으며, 청아한 목소리로 범패를 불러 오묘한 불법을 전파했다. 진감선사비명에 고운 최치원은 선사의 차생활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썼다. "중국의 차(漢茶)를 공양하는 사람이 있으면 돌솥에 섶으로 불을 지피고 가루로 만들지 않고 끓이면서 말하기를 '나는 맛이 어떤지 알지 못하겠다. 뱃속을 적실 따름이다.' 참된..
2011.08.09 -
(4) 理想鄕 靑鶴洞을 찾아서
(4) 理想鄕 청학洞을 찾아서 용강리에서 화개천에 걸쳐있는 다리를 건넌다. 다리 아래에 흐르는 물은 쌍계사의 좌우 골짜기에서 흐르는 쌍계(雙磎)가 만나 합쳐진 물이다. 숲이 울창한 비스듬한 길을 조금 걸어 올라가니 계곡 물소리 요란한 길목 양쪽에 큼지막한 바위가 문설주처럼 우뚝 서 있다. 좌측 바위에는 '雙磎', 우측 바위에는 '石門'이라고 새겨져 있다. 신라 때 학자 고운 최치원이 지팡이 끝으로 쓴 글씨라고 전해지고 있다. 소요태능 스님이 孤雲 崔致遠의 石門 筆迹을 보고 시를 지었다. 題雙溪寺 崔孤雲 石門筆迹 두류산과 방장산은 참으로 仙界로다 기쁘게 읊으면서 석문에 새겼으니 석문의 필적은 인간의 보배가 되었는데 신선이 노닌다며 흰구름이 가로막네 석등을 지나 비림에 합장하고 일주문에 다다른다. '三神山雙..
2011.08.06 -
(3) 雲上院의 차향과 옥피리 소리
(3) 雲上院의 차향과 옥피리 소리 2011. 7.23 토요 안개 흐림 새벽 5시 민박집을 나선다. "벌써 가십니까?" 주인이 뜨락에 서 있다. "예, 갈 길이 멀어서요. 잘 쉬었다 갑니다." 범왕교 직전에서 꼬부라진 길을 따라 목통마을로 향한다. 칠불사 가는 지름길이다. 목통골의 물소리가 요란하다. 목통교를 건너 마을 깊숙이 들어선다. 간밤에는 엄청나게 쏟아지는 폭우 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깨었다. 밖을 내다보니 비는 오지 않고 달이 보인다. 웬일인가 곰곰 생각하니 지리산 골짜기를 흐르는 물소리다. 벼락 치듯 쏟아지는 물소리로 자다 깨다 하며 보낸 밤이었다. 목통마을은 도로에서 전혀 보이지 않는 산자락에 둘러싸인 숨겨진 마을이다. 수려한 목통골을 끼고 있는 목통마을. 옛날 이곳은 '목통' 밭이어서 목..
2011.08.03 -
(2) 三神洞을 찾아서 -산 높으니 골 깊어라
(2) 三神洞을 찾아서 산 높으니 골 깊어라 2011. 7.22. 금요 새벽 비, 안개, 흐림 04:50분 세석대피소를 나서니 비가 뿌리고 있다. 배낭 위로 우의를 걸쳐 입고 랜턴을 켜고 출발한다. 안개가 자욱한 영신봉과 영신대를 지난다. 영신봉과 덕평봉 아래 일원이 三神洞인 義神.靈神.神興 중 靈神에 해당된다. 비록 안개로 뒤덮여 있지만 눈 길은 靈神을 향하며 걷고 있다. 산 능선길은 비가 내려 미끄러워 잰걸음으로 진행할 수가 없다. 우의를 입은 탓이지 땀이 줄줄 흐른다. 선비샘에 도착하여 배낭 풀고, 차가운 샘물을 받아 마시고 또 마신다. 누가 소리를 지른다. "저기를 보세요" 안개가 걷히며 하늘이 열린다. 지리산 연봉들이 점점이 섬이 되어 구름바다에 떠 있다. 아! 장엄한 광경이다. 사진기를 꺼내는..
2011.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