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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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꽃
할미꽃 함 석 헌 얼음도 아니 녹아 피는 향기 갸륵커늘 고개 숙고 털옷 입어 숨기잠 웬 뜻인고 깊은 속 붉은 맘 찾는 임만 볼까 함이네. 가뜩이 덧 없는 봄 채 오지 못한 적에 잠시 영화 안 누리고 질러감 웬일인고 동풍에 백발이 날아 더욱 눈물겹고나 얼음과 싸우던 뜻 아는이 하나 없고 덧없는 한때 영화 다투는 꼴 가엾어서 흰 머리 풀어 흔들고 허허 웃는 노장부 백화요란(百花燎亂) 계집년들 봄꽃 깰 줄 모르건만 서리치는 가을 심판 어이 멀다 할 것이냐 막대로 하늘 가르켜 부르짖는 예언자 동풍 비에 머리 푸는 즐풍목우(櫛風沐雨) 저 사내야 세상이 너 모른다 슬피 한숨 짓는 거냐 온 세상 다 모른대도 눈물질 난 아니여
2017.05.28 -
민들레 꽃씨들은 어디로
민들레 꽃씨들은 어디로 곽 재 구 그날 당신이 높은 산을 오르던 도중 후, 하고 바람에 날려보낸 민들레 꽃씨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하릴없이 무너지는 내 마음이 파, 하고 바람에 날려보낸 그 많은 민들레 꽃씨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2017.05.28 -
毘 盧 峯
毘 盧 峯 2 정 지 용 담장이 물 들고, 다람쥐 꼬리 숯이 짙다. 山脈우의 가을ㅅ길---- 이마바르히 해도 향그롭어 지팽이 자진 마짐 흰돌이 우놋다. 白樺 홀홀 허올 벗고, 꽃 옆에 자고 이는 구름, 바람에 아시우다
2015.10.30 -
산사나무
산사나무 옆에서 강 세 환 영동고속도로 하행선 소사휴게소 수령 130년 된 산사나무 그늘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과거를 돌아보았다 버림받을 각오로 사랑했던 그 사람을 기억할 수 있는 나잇살을 먹었는가 괴롭고 외로웠던 젊은 날을 뒤적거릴 그만한 나잇값을 하고 있는가 산사자(山査子) 붉은 알맹이들이 늦가을 하늘에 빗대고 있는 늦은 오후 첫눈이라도 한바탕 합세한다면 외롭고 괴로운 그 과거를 잊어도 좋으리 그러나 외롭게 살아야 시를 쓴다! 산산한 색바람에 산사나무 흔들리고 새들은 운명적으로 허공을 날고 있었다 산사나무 열매는 허공에 잇닿았고 새들이 가는 곳도 텅 빈 곳이러니 과거가 있는 자 굳이 돌아보지 마라 □산사나무 산에서 자란다. 나무껍질은 회갈색을 띠며 가지에 털이 없고 잔가지가 변한 예리한 가시가 있다...
2015.10.29 -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이 원 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 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려거든 불일폭포의 물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 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려거든 섬진강 ..
2014.12.03 -
고사목(枯死木)
지리산 詩 - 枯死木 문 효 치 하늘을 향해 발 돋움으로 서 있더라. 꺾어지고 부러진 팔뚝마다 손가락마다 해진 깃발을 구름처럼 걸었더라. 이승의 인연과 목숨을 한 꺼풀씩 벗겨내고 승천하려다 주저앉고 만 이무기가 되어서 원망스런 눈을 아예 감아버리고 빈 산에 높이 올라 하늘을 향해 발 돋움으로 서 있더라.
2014.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