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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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찔레꽃 이 원 규 해마다 봄이면 찔레꽃을 피웠으니 얘야, 불온한 막내야 혁명은 분노의 가시가 아니라 용서의 하얀 꽃이더라
2009.04.19 -
춘신(春信)
춘신(春信) 유 치 환 꽃등인 양 창 앞에 한 그루 피어 오른 살구꽃 연분홍 그늘 가지 새로 작은 멧새 하나 찾아와 무심히 놀다 가나니 적막한 겨우내 들녘 끝 어디메서 작은 깃을 얽고 다리 오그리고 지내다가 이 보오얀 봄길을 찾아 문안하여 나왔느뇨 앉았다 떠난 아름다운 그 자리 가지에 여운 남아 뉘도 모를 한 때를 아쉽게도 한들거리나니 꽃가지 그늘에서 그늘로 이어진 끝없이 작은 길이여
2009.04.12 -
나비
나비 류 시 화 달이 지구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지구에 달맞이꽃이 피었기 때문이다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이제 막 동그라미를 그려낸 어린 해바라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세상은 나비 한 마리로 내게 날아온다 내가 삶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너에 대한 그리움 때문 지구가 나비 한 마리를 감추고 있듯이 세상이 내게서 너를 감추고 있기 때문 파도가 바다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그 속에서 장난치는 어린 물고기 때문이다 바다가 육지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모래에 고개를 묻고 한 치 앞의 생을 꿈꾸는 늙은 해오라기 때문이다 아침에 너는 나비 한 마리로 내게 날아온다 달이 지구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나비의 그 날개짓 때문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너에 대한..
2009.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