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시(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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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메
그리메 이 희 숙 숨죽인 그리움 끌어안고 등대로 서 있는 그리메여 너와 나 처음부터 하나였다고 소리 내어 말할 수 없어도 지워지지 않는 문신 가슴에 비문처럼 새긴 너를 차마 알지 못한다 말하지는 않으리 차마 사랑하지 않는다 말하지는 못하리
2010.08.01 -
저녁놀
저녁놀 이 재 봉 저녁놀이 아름다운 건 순식간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아침노을은 눈부신 햇살로 변하면서 서서히 사라지지만 저녁놀은 강렬한 여운을 남기며 눈 깜짝할 사이에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세상에는 영원한 것이 없다 다만 무상(無常)이 있을 뿐이다 저녁놀이 아름다운 건 집착하기도 전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2010.07.27 -
연꽃의 기도
연꽃의 기도 이 해 인 겸손으로 내려앉아 고요히 위로 오르며 피어나게 하소서 신령한 물 위에서 문을 닫고 여는 법을 알게 하소서 언제라도 자비심 잃지 않고 온 세상을 끌어안는 둥근 빛이 되게 하소서 죽음을 넘어서는 신비로 온 우주에 향기를 퍼뜨리는 넓은 빛 고운 빛 되게 하소서
2010.07.23 -
연꽃이 몸짓하네
연꽃이 몸짓하네 안 수 빈 청초한 여인네의 치마폭에 눈물이 떨어지네. 파르스름한 잎사귀에 물방울이 굴러가네. 선홍빛 앙 다문 꽃잎에 못다 한 사랑으로 눈물 짓다가 간 여인의 한이 서려 있네. 피맺힌 여인이 한이 서려 붉은 빛으로 몸짓하네. 돌다가 돌아가 쓰러지는 자태 고운 여인이 살풀이를 하네. 풀어 풀어 그 치맛폭에 다 감싸 버릴 것같이 풀어지네. 연꽃이 피네 그리운 사랑 하나하나 풀어지네. 사랑하는 우리 님 보고 싶어 꽃잎이 떨고 있네.....
2010.07.21 -
續 山門에 기대어
續 山門에 기대어 송 수 권 누이야 아는가 이 봄 한낮을 너는 살아서 듣는가 안방門을 치닫고 안방門을 치닫고 옛날은 수만 치마폭에 꽃수실 모양 흘러간 뻐꾹새 울음을 시방 저 실실한 물결 속에 자물리는 한 山脈들을 보는가 한 山脈들은 또 한 山脈들을 불러내어 그 마지막 한 山脈들까지 다 자물리어 푸른 물결로만 잇대어 오는 것을 물른 물결로만 잇대어 와서는 봄 하룻날 쬐그만 섬 몇 개 만드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이 몸 한낮을 너는 살아서 듣는가 마지막 맨 마지막에 모이는 푸른 물결 속 섬 한 개 동두렷이 떠올라 이 못물 속 蓮꽃으로 비쳐오는 것을
2010.07.21 -
백련
백련 1 하 성 용 새벽 햇살에 투명하게 반짝이는 은은한 백련 향기에 취하여 아름답게 환생하는 윤회의 굴레 속에서 속살을 드러내고 스쳐 지나가는 허망함에 폐부 깊숙이 파고드는 삶의 질고를 하이얀 연꽃으로 메운다. 백련 2 꽃잎을 여는 소리에 고고한 자태를 잃지 않고 시리도록 새하얀 순백의 청결함으로 피어나 따사로운 햇살로 은은한 향기를 내저으며 아련한 흔적을 더듬는 싱그러운 초록빛 연잎 속세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흰 모시옷을 날리는 신선처럼 아름다움을 간직한 연꽃은 스쳐 가는 삶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세심 놀이 즐기는 중생을 살포시 맞이하며 깨끗한 꽃을 피운다
2010.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