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시(379)
-
계곡에서
계곡에서 변 학 규 제 몸을 서로 찾아 돌 틈 기는 골짝 물이 산새들도 바람 타고 물길 트는 골바람도 가녀린 풀꽃도 함께 반겨오는 새 빛살. 천년을 두고 가도 청석가는 아픔이사 스스로 견디는 날 맑게 트인 물 그림자 물소리 서로 달래며 함께 듣는 송도(松濤) 소리.
2010.07.04 -
초롱꽃
초롱꽃 배 교 윤 모르고 있었다 밝은 하늘을 이고 낮에도 등을 켜야 하는 어둠이 있다는 것을 캄캄한 어둠 속에 갇혀 있던 영혼의 푸른 눈물
2010.07.03 -
에델바이스
에델바이스 오 정 방 보송 보송 곱구나 솜다리 에델바이스 높고 높은 산 위에 다소곳이 피었구나 도시보다 하늘이 더 가까운 산 바위 틈 사람의 발길 뜸한 곳에 초연히 사는구나 속세의 반목과 질시 분쟁을 멀리 떠나 언제 너 이토록 높이도 올라와 있었구나 바람과 구름이 너의 고마운 친구로구나 다람쥐 산새가 너의 절친한 동무로구나
2010.06.27 -
둥글레
둥글레 김 윤 현 살아가는 일에 자꾸만 모가 나는 날은 둥근 얼굴로 다소곳하게 고개 숙인 너에게로 살금살금 다가서고 싶다 더 둥글게 열려있지 못해 우리 사이에 꽃을 피우지 못했던 날을 생각하면 마음은 계곡처럼 깊게 파인다. 잎을 꽃처럼 달고 사랑을 기다려보지만 내게는 바람 부는 날이 더 많았다 아직 내 사랑에는 모가 나있는 날이 많아서 그렇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꽃을 잎처럼 가득 차려 두기 위해서는 내 사랑이 더 둥글어야 한다는 것도 안다 우리 서로 꽃으로 다가서기 위해서는
2010.06.27 -
숲길
숲길 권 경 업 숲은, 제 몸 갈라 길을 냈습니다 시닥나무 물들메 까치박달 아기배나무 사이 실개천 지나 타박타박, 길짐승 산책하며 부엉이랑 올빼미 밤이면 깃 내립니다 가끔, 야산(野山) 비둘기 자고 가는 신갈 숲 속 장끼 까투리, 갈잎 덤불 긁어 모아 살림 내는 날 산(山)사람 몇 지나갔습니다 얼마 뒤, 그들 품에 열리는 오솔길 한 올 누군가가 열리는 그 오솔길로, 다시 조잘대며 지나갑니다 "들리니 들려 저 새소리 물소리하며 조릿대 헤집는 저 바람소리하며 어머나어머나 저기 장당골 함박꽃 향기 자옥한 아침이 밝아 오는 길" 스스로를 비워 낸 길 서로가 서로에게 길 되어 세상의 모든 길, 동무 되어 갑니다
2010.06.25 -
숨은 산
숨은 산 이 성 선 땅바닥에 떨어진 잎사귀를 주워들다가 그 밑에 작게 고인 물 속 산이 숨어 있는 모습 보았다 낙엽 속에 숨은 산 잎사귀 하나가 우주 전체를 가렸구나
2010.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