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시(379)
-
6월의 장미
6월의 장미 이 해 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건네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 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번씩 용서할 적마다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6월의 넝쿨 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속에 피워낸 기쁨 한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십시오
2010.06.18 -
물 속 빈 산 꽃피는 소리
물 속 빈 산 꽃피는 소리 이 성 선 달 하나 등에 지고 산도 하나 지고 둥그런 어둠 속을 밤 열어 길 열어 가는 사내. 길바닥 드문드문 괸 빗물에 내려비친 하늘을 지켜보다 하늘 안으로 사라져 들어간 물 속 빈 산 꽃피는 소리 만나러 가는 사내 산에 닿아 짐 벗어놓고 돌아오지 않은 사내.
2010.06.17 -
산에 시를 두고
산에 시를 두고 이 성 선 산에 모자를 두고 돌아왔네. 어느 산이 내 모자를 쓰고 구름 얹은 듯 앉아 있을까. 산에다 시를 써 두고 돌아왔네. 어느 풀포기가 그걸 밑거름으로 바람에 흔들리다가 꽃을 피울까. 산물을 들여다보다가 그 속에 또 얼굴마저 빠뜨리고 돌아왔네. 달처럼 돌에 부딪히고 일그러져서 어디쯤 흘러갈까.
2010.06.11 -
문답법을 버리다
문답법을 버리다 -山詩 이 성 선 산에 와서 문답법을 버리다 나무를 가만히 바라보는 것 구름을 조용히 쳐다보는 것 그렇게 길을 가는 것 이제는 이것 뿐 여기 들면 말은 똥이다
2010.06.11 -
설악운
설악운(雪嶽韻) 이 성 선 신의 힘 가득한 설악 큰 병풍 속으로 어느날 휘적휘적 혼자 걸어들어가는 이 들어간 후 몸이 보이지 않는 이 영봉에 구름으로 일어나고 골짜기 바람으로 물소리로 섞여 몸은 이미 버린 이 자유로운 이 가끔 새소리 속에 그의 말소리가 섞여들리고 저녁 하늘에 그의 발자취가 보이고 밤의 물속에 별로 흩어져 깔린 보이지 않는 이 그러나 모든 곳에 보이는 이 영혼은 산갈피에 숨어 뻐꾹이로 우는가 흐르다 고여 산목련으로 피어나고 하늘을 지붕삼고 떠돌다가 바위로 굳어 미소하는 산 열고 산 안에 고요로 앉아 눈물로 앉아 몸 다 비우고 어두운 어느 저녁, 산을 나오는 이 바닷가에 앉아 발을 씻는 이 이슥한 밤 달로 떠올라 허공을 걸어가는 그 발이 환이 빛나는 이
2010.06.11 -
풀잎으로 나무로 서서
풀잎으로 나무로 서서 이 성 선 내가 풀잎으로 서서 별을 쳐다본다면 밤하늘 별들은 어떻게 빛날까. 내가 나무로 서서 구름을 본다면 구름은 또 어떻게 빛날까. 내가 다시 풀잎으로 세상을 본다면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내 다시 나무로 서서 나를 본다면 나는 진정 어떤 모습으로 세상으로 걸어갈까. 내가 별을 쳐다보듯 그렇게 어디선가 풀잎들도 별을 쳐다보고 있다. 내가 나무를 바라보듯 그렇게 어디선가 나무도 나를 보고 있다.
2010.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