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시(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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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한 놈
무식한 놈 안 도 현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絶交다!
2010.10.01 -
숲길에서
숲길에서 藝堂 趙鮮允 도란도란 속삭이는 계곡물 굽어 돌아서 수정같이 맑아라 울창한 계곡 따라 걷노라니 몸도 마음도 숲이 된다 자연의 소리에 맑아지는 마음 한 생명의 근원이요 청정한 성품을 일으켜 세우는 지극한 아름다움은 지극한 진실이다 산빛 물빛 산문의 빚장 열고 투명한 빛을 맞아 내면속 샘솟는 희열의 원음으로 소유와 집착의 끈을 풀고 자유와 안락의 쉼을 얻는다. 숲길을 거닐어보았습니까
2010.09.11 -
설악산
설악산 김 대 식 너도 시인이더냐 그 알량한 솜씨로 이렇게 장엄한 설악을 노래하려나. 그런 애송이 솜씨로 몇 줄 안 되는 문장으로 아기자기한 이 산의 수많은 얘기를 하려 드느냐 무슨 글귀로 저 웅장한 공룡능선을 예찬하랴. 저 칼같이 솟은 암봉들을 어떻게 노래하랴. 아찔한 용아장성을 무슨 표현으로 기술하랴. 서북능선의 다른 앞뒤모습을 어떻게 표현하랴. 백담계곡의 빼어난 경관을 십이선녀탕의 슬픈 얘기는 또 어쩌리. 봄여름에 피어나는 수많은 꽃 얘기만 하려느냐. 가을에 단풍 고움만 얘기하려나. 겨울의 눈 덮인 설악의 장관을 어찌 표현하리. 네가 아느냐 바위틈에 살아가는 나무의 얘기를 다람쥐와 주고받는 산새의 노래를 밤이면 벌어지는 별과의 대화를 힘차게 쏟아지는 폭포의 외침을 네가 아느냐 바람과 구름과 산의 약..
2010.09.02 -
먼동이 틀 땐
먼동이 틀 땐 장 수 남 먼 수평선 위에 떨어지는 붉은 그림자 파도 타고 떠나는 겨울철새 오늘의 삶도 태양이 다시 깨어날 때 까지는 외롭고 쓸쓸한 밤이 되리라 그러나 이른 새벽 황홀한 새 아침 햇살 가슴 여는 소리에 외롭고 쓸쓸한 밤은 홍해바다 수심 깊숙히 묻혀 버리고 내일의 삶은 더욱 아름답고 찬란하게 꽃피우리라
2010.08.27 -
절터
절터 박 남 원 묵은 침묵은 하늘을무수히 오르내리고 있었다. 지나가는 바람과 재잘대는 물소리에나뭇가지들이 가볍게 흔들리고 깨어진 기와조각 몇개와 세월이 반은 가져가버린 주춧돌의 흔적. 옛날에는 규모가 잘갖추어진 절이었나보다. 봄에는 진달래만발하고 가을엔 단풍들이찬란하게 피어 옛날에는 무척아름다운 절이었나보다. 사계절 한 번도 색 변할리 없는 단청과 법당 벽에는 훌륭하게그려진 관세음보살상이 그려져 있었을지도몰라. 바람이 오동나뭇잎을쓸어내는 겨울밤엔 처마의 풍경 소리가하늘을 이고 와서 번뇌의 가슴을 어루만지고 염불 소리는 고향 가듯풀숲으로 다가와서는 흐르는 물소리에 귀기울이고 있었을지도 몰라. 그리고 이제 수억겁 고독의 시간을지내와서도 언제나 푸름을피워내는 푸른 산 둘레를 바라보고 있다. 허물어진 날을 가슴..
2010.08.27 -
갯벌에서 반나절
갯벌에서 반나절 하 종 오 흙길 따라 걷다 겟벌에서 쉰다. 바다가 수평을 버리고 지평을 취한다. 내가 멀고 가까운 허공을 치우고 실제로 있으니 썰물이 안돌아 올 수는 없으리 어떻게 나는 왔던가 어기적거리며 게들이 기어서 내 인기척에 가까워지려 한다. 먼 하늘 가는 물떼새들이 하강하고 해송들이 산모롱이를 허물고 들어온다. 다 끝난 곳에서 새로 인연이 생겨날 적에는 세상이 먼저 알고서 그 징조를 나타내는구나. 내가 알 수 없는 곳에도 바다가 있어 누가 나와서 파도소리를 부르며 떠도는가. 나는 갯벌에서 벗어나 흙길을 따른다. 이제 해안은 수평선을 기다리며 밀물에서 차오른다. 내생의 바닥에서도 지평선은 떠올라라. 하늘이 내린다. 어느 것에도 나는 통하고파라
2010.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