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시(379)
-
계곡의 물은 흐른다
계곡의 물은 흐른다 김 덕 성 겨울 산을 오른다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 길을 막는다 강추위에 계곡이 얼어 얼음으로 덮었는데 그 밑에서 들리는 물소리 꽁꽁 얼어붙은 한파에서도 살아 움직이는 끈질긴 삶의 모습을 보여 준다 얼어붙은 세상 마음의 온기를 되찾아 꿋꿋하게 살라고 메시지를보내오는 듯 싶은데 얼어붙은 계곡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냇물 소리 봄의 서곡으로 언제 멋지게 들려주려나.
2011.03.19 -
시를 읽는다
시를 읽는다 박 완 서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 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피고 낙엽 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
2011.03.19 -
들꽃처럼
들꽃처럼 조 병 화 들을 걸으며 무심코 지나치는 들꽃처럼 삼삼히 살아갈 수는 없을까 너와 내가 서로 같이 사랑하던 것들도 미워하던 것들도 작게 피어난 들꽃처럼 지나가는 바람에 산들산들 삼삼히 흔들릴 수는 없을까 눈에 보이는 거 지나가면 그 뿐 정들었던 사람아 헤어짐을 아파하지 말자 들꽃처럼 들꽃처럼 실로 들꽃처럼 지나가는 바람에 산들산들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삼삼히 그저 삼삼히
2011.03.15 -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冬木 지소영 물빛 이슬이 되어 오시는 초록의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언약이 없었어도 기약하지 않았어도 이맘때는 오시리라 믿고 오늘을 기다렸지요 그리움의 갈증은 때로는 목을 할퀴는 아픔이 되기도 했지만 찬 겨울이 떨던 날들 트진 마음에 속절없던 진통의 시간을 멈추며 말없이 기다려 온 당신의 향기를 변함없이 사랑합니다. 보고픔 뿐이었지요 빗물처럼 흐르는 중독이었어요 당신의 손이 행여 잡혀질까 오랜시간 허우적거렸습니다. 초록꿈 지피며 희망으로 오시는 당신을 내 안에 다시 가둡니다. 수천겹의 밀어로 고독한 노래로 어지러운 세상 처연하게 부르짓곤 했지요 저무는 해그늘에도 사랑은 빛으로 영글고 넉넉한 바람의 어깨로 안기는 소리없는 걸음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2011.03.13 -
나무
나무 조이스 킬러 나는 생각해 본다 나무처럼 아름다운 시가 있으랴 단물 흐르는 대지의 젖가슴에 목마른 입술을 대고 서 있는 나무 온 종일 신을 우러러보며 잎이 무성한 팔을 들어 기도하는 나무 여름엔 산새들의 둥지를 이고 눈은 그 품에 안으며 비와는 다정히 어울려 사는 나무 시는 나와 같은 바보가 짓지만 신이 아니면 나무를 만들지 못하리 언어의 보석이라는 시조차 나무 앞에서는 불순할 뿐이다. 숲에는 무언의 교감이 있고, 겸손과 고요, 그리고 침묵의 대화가 있다. 나무는 원숙한 조화와 균형의 미를 만든다. 나무의 겨울잠은 숨결을 멈춘 것이 아니고 감춘 것이다. 봄에 피어낼 꽃과 잎을 위해 겨울을 견디며 꿈을 키우기 위해서다. 나무는 햇빛과 공기, 물과 바람만으로 일생을 검소하게 불편없이 살아간다.
2011.03.10 -
홀로 지리산 샘에 가다
홀로 지리산 샘에 가다 성 락 건 지리산을 찾는 것은 가슴에 솟아나는 그리움을 샘물로 넘쳐나고픔이다. 외로움이 무성한 산길에 드문드문 바위로 앉은 그대 보고픔너머 적적히 솟는 샘 홀로 바람처럼 스치며 한 모금 퍼 마셔도 찰랑찰랑 어깨춤 추고 돌돌돌 노래하는 샘물
2011.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