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시(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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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닮아 살래
지리산 닮아 살래 성 락 건 지리산 나무 닮아 살래 중봉 아래 양팔펴고 사시사철 푸른 구상나무 닮아 살래 한적한 촛대고원 산오이풀로 자라 다람쥐도 즐겨 먹는 풀꽃인 양 살래 굳굳한 바위 닮아 살래 낙남정맥 능선에 앉아 명상하며 뜨는 해 지는 달이나 무심으로 지켜 보는 부처바위 닮아 살래 남녘 강물 이루는 샘물 닮아 살래 세세생생 홀로 와 마시는 샘물처럼 살래 적요한 세석고원 풍경 닮아 깔깔한 잔돌 향내 배인 살랑 바람으로 살래 삼신봉에 쏟아지는 별빛 닮아 살래 쑥밭재에 날아오는 햇살 닮아 살래 천왕봉에 피어 감돌고 반야봉에 떠돌다 사라지는 흰 구름 닮아 살래 난 지리산 닮아 살래
2011.03.03 -
산경표 공부
산경표 공부 이 성 부 물 흐르고 산 흐르고 사람 흘러 지금 어쩐지 새로 만나는 설레임 가득하구나 물이 낮은 데로만 흘러서 개울과 내와 강을 만들어 바다로 나가듯이 산은 높은 데로만 흘러서 더 높은 산줄기들 만나 백두로 들어간다 물은 아래로 떨어지고 산은 위로 치솟는다 흘러가는 것을 그냥 아무곳으로나 흐르는 것 아님을 내 비로소 알겠구나! 사람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들 흘러가는지 산에 올라 산줄기 혹은 물줄기 바라보면 잘 보인다 빈 손바닥에 앉은 슬픔 같은 것들 바람 소리 솔바람 소리 같은 것들 사라져 가는 것들 그저 보인다
2011.03.01 -
고사목(枯死木)
고사목(枯死木) 문 효 치 하늘을 향해 발 돋움으로 서 있더라. 꺾어지고 부러진 팔뚝마다 손가락마다 해진 깃발을 구름처럼 걸었더라. 이승의 인연과 목숨을 한 꺼풀씩 벗겨내고 승천하려다 주저앉고 만 이무기가 되어서 원망스런 눈을 아예 감아버리고 빈 산에 높이 올라 하늘을 향해 발 돋움으로 서 있더라.
2011.02.20 -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이 원 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 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려거든 불일폭포의 물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 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려거든 섬진강 ..
2011.02.15 -
갈대
갈대 신 경 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2011.02.01 -
심우장 3
심우장 3 만해 선사 한용운 1 잃은 소 없건만은 찾을 손 우습도다 만일 잃을 씨 분명타 하면 찾은들 지닐쏘냐 차라리 찾지 말면 또 잃지나 않으리라. 2 소 찾기 몇 해던가 풀길이 어지럽구야 北岳山 기슭 안고 해와 달로 감돈다네 이 마음 가시잖으매 정녕코 만나오리. 3 찾는 마음 숨는 마음 서로 숨박꼭질할 제 곧 아래 흐르는 물 돌길을 뚫고 넘네 말없이 웃어내거든 소잡은 줄 아옵서라
2011.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