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시(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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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梅)
梅 趙 鮮 允 春風의 찬달 아래 고귀하고 崇考한 자태 早春萬花의 으뜸이로다 春寒속에 고고하게 피어나는 寶春花 너의 맑은 香氣 우아한 韻取는 高潔해서 좋다 굳은 절개 매화잠(梅花簪) 고난과 역경을 극복해 가는 선비의 의연한 자세 닮아 君子로다 은은한 香氣 애절한 純潔이여! 그리움의 봄의 전령이여! 형형색색 수줍은 미소 겨울을 이겨낸 아름다움이여! 긴긴 强風을 忍耐하며 님 향한 一片丹心 純白의 미소로세
2011.04.28 -
꽃
꽃 김 춘 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2011.04.27 -
백목련
백목련 공 석 진 한순간에 꽃을 피우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퇴장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여운이 남아도 그때 뿐 추억은 추억하는 사람들의 몫 추억하지 않아도 향기는 흐른다 이쯤이다 싶을 때의 결연한 포기는 굴욕이 아니다 절정의 화려함을 오래도록 발함으로 세상의 부러운 시선을 한순간에 외면해야 하는 결단 아아 주어지는 것조차 덜어내는 것 버릴 줄 아는 삶이 품격있는 상징으로 한 송이 백 목련은 동살의 빛을 발하고 짧은 생을 하직(下直)하고 있다
2011.04.16 -
제비꽃
제비꽃 김 윤 자 이른 봄 들녘 끝자리 행인의 눈에 띌까 보랏빛 수줍음 물들이어 가슴 열어 핀 꽃 꽃병에 꽂혀 본 적 화단에 심겨 본 적 없이 봄꽃이라 불리우는 그 한마디에 마음 열어 핀 꽃 꽃송이 작으니 키라도 컸으면 줄기 짧으니 잎이라도 넓었으면 작음에 숨어 숨어 참빛 발하는 보랏빛 겸손
2011.04.15 -
동백꽃 지다
동백꽃 지다 목 필 균 겨우내 망설였던 사랑 고백이 끝나자 부질없다 툭툭 떨어지는 꽃잎들 하루치 시간을 보내고 어둠 속으로 그림자 감추는 그런 날이 흘러간다 꽃이었던 기억도 잠시 꽃분홍 향기도, 곱게 접어 호주머니에 넣는다 언제고 꺼내 들 히든 카드 내 젊음의 눈물로 봄이 축축하게 젖어온다 내가 너일 때 네가 나일 때의 가슴앓이들 동백이 지듯이 그렇게그렇게그렇게 붉은 그림자를 낳는다
2011.03.23 -
오동(梧桐)
오동(梧桐) 김 승 기 너와 나의 순결한 만남을 위해 태초부터 계속한 몸짓 맑은 햇살 아래서 알몸으로 목욕을 한다 꽃항아리 가득가득 하늘을 채우고 넓은 치맛자락으로 대지를 가리우고 나면 죽어서도 악기가 되어 우주를 노래하는 너 너의 몸에서는 향기로운 소리가 난다 얼마나 깊이 뿌리를 내려야 또 얼마나 크게 팔을 벌려야 하늘의 가슴을 안아들일 수 있을까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천둥 번개 구름 속의 비까지도 모두 너에게 주어야 하리 우주가 하나의 열매로 맺혀 툭툭 떨어질 때까지 오늘도 비바람 맞으며 옷을 벗는 연습을 한다
2011.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