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梧桐)

2011. 3. 21. 20:03시 모음/시

 

오동나무 꽃 - 보성강 강가에서

 

 

오동(梧桐)

김 승 기

 

너와 나의 순결한 만남을 위해
태초부터 계속한 몸짓
맑은 햇살 아래서
알몸으로 목욕을 한다
꽃항아리 가득가득
하늘을 채우고
넓은 치맛자락으로 대지를 가리우고 나면
죽어서도 악기가 되어
우주를 노래하는 너
너의 몸에서는
향기로운 소리가 난다
얼마나 깊이 뿌리를 내려야
또 얼마나 크게 팔을 벌려야
하늘의 가슴을 안아들일 수 있을까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천둥 번개 구름 속의 비까지도
모두 너에게 주어야 하리
우주가 하나의 열매로 맺혀
툭툭 떨어질 때까지

오늘도 비바람 맞으며
옷을 벗는 연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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