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는다

2011. 3. 19. 22:09시 모음/시

 

해가 넙적바위에 그린 그림자 그림

 

 

시를 읽는다

박 완 서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 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피고 낙엽 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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