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기다렸습니다

2011. 3. 13. 14:26시 모음/시

 

얼레지 - 천마산에서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冬木 지소영

 

물빛 이슬이 되어 오시는

초록의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언약이 없었어도

기약하지 않았어도

이맘때는 오시리라 믿고

오늘을 기다렸지요

 

그리움의 갈증은 때로는

목을 할퀴는 아픔이 되기도 했지만

찬 겨울이 떨던 날들 트진 마음에

속절없던 진통의

시간을 멈추며

말없이 기다려 온

당신의 향기를 변함없이 사랑합니다.

 

보고픔 뿐이었지요

빗물처럼 흐르는 중독이었어요

당신의 손이 행여 잡혀질까

오랜시간

허우적거렸습니다.

 

초록꿈 지피며

희망으로 오시는 당신을

내 안에 다시 가둡니다.

 

수천겹의 밀어로

고독한 노래로

어지러운 세상

처연하게

부르짓곤 했지요

 

저무는 해그늘에도

사랑은 빛으로 영글고

넉넉한 바람의 어깨로 안기는

소리없는 걸음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시 모음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를 읽는다  (0) 2011.03.19
들꽃처럼  (0) 2011.03.15
나무  (0) 2011.03.10
홀로 지리산 샘에 가다  (0) 2011.03.03
지리산 닮아 살래  (0) 2011.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