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604)
-
한강(韓江)의 시(詩)
한국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 한강 작가의 2024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서시한강(韓江, 1970 - )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나에게 말을 붙이고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내가 마음에 들었니,라고 묻는다면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오래 있을 거야.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잘 모르겠어. 당신, 가끔 당신을 느낀 적이 있었어,라고 말하게 될까.당신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당신과 언제나 함께였다는 것을 알겠어,라고. 아니 말은 필요하지 않을 거야.당신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내가 무엇을 사랑하고무엇을 후회했는지무엇을 돌이키려 헛되이 애쓰고끝없이 집착했는지매달리며눈먼 걸인처럼 어루만지며때로는당신을 등지려고 했는지 그러니..
2024.10.12 -
다섯잎 으름덩굴
으름덩굴 손 정 모다섯 갈래손바닥 닮은 잎새로덩굴마다 손 내밀어하늘 향해가만히 귀 기울이다가연보랏빛 우아한 맵시로바람이 지나다니는 길목민감한 레이더처럼 더듬더니솔숲에서 훌쩍이는가슴 잃은 산새고독을 건져 올린다산중의 정밀로떨어져 내리는개화의 설렘마음껏 몸 태우며음미하다가휩쓸리는 바람결 타고청아한 음률로 흩날린다. 으름김 승 기 지내고 보니모든 것이 손바닥 위에 있더이다아무리 어르고 윽박질러도잎이 돋고 꽃도 피더이다덩굴지는 세월의 더께 위에서바나나같이 소시지같이달콤 짭짤한 열매 열리더이다순간순간 가슴을 찌르던 설움과 아픔부드럽고 하얀 손길로어루만지며 달래어도검은 씨로 맺히던 눈물과 웃음,아람으로 벌어져하늘 밖으로 떠나가고 나면아득한 추억이 되더이다길고 좁다란 골목길에서도비 오고 바람 불고 눈 내리고그..
2024.10.12 -
구기자나무 꽃
구기자 꽃백 승 훈 볕 좋은 가을날논산 바람길을 걷다가어느 집 울타리에선가보랏빛 구기자꽃을 보았네 주황색 감을 주렁주렁 달고 선 감나무들과제풀에 붉어진 사과들이 탐스러운 과수원을 지나며누군가 꽃보다열매가 아름다운 계절이라고 말할 때우연히 나의 눈에 띈 구기자 꽃 불로장생의선홍빛 구기자 열매제아무리 고와도나 없이는 어림없는 일이라고항변하듯 피어 있던구기자 꽃그 보랏빛에 찔려온종일 가슴 아리던 날이었네 □구기자나무구기자나무(枸杞子--)는 가지과에 속하는 낙엽관목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 분포한다. 열매는 구기자(枸杞子)라 부른다. 높이는 1~4미터이며, 가늘고 회백색을 띤 줄기에 가시가 있다. 줄기는 비스듬하게 자라면서 끝이 밑으로 처진다. 잎은 타원형 또는 달걀 모양이다. 길이는 3~8센티미터쯤..
2024.10.09 -
배풍등(排風藤) 열매
익어가는 가을이 해 인 꽃이 진 자리마다열매가 익어가네 시간이 흐를수록우리도 익어가네 익어가는 날들은행복하여라 말이 필요 없는고요한 기도 가을엔너도 나도익어서사랑이 되네 □배풍등(排風藤) 학명 : Solanum lyratum Thunb. 배풍등(排風藤)은 가지과(Solanum lyratum)의 덩굴지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중국·한국·일본·인도차이나 반도 원산이다.줄기는 3미터 길이 정도 자라며, 밑부분만 겨울을 난다. 몸 전체에 흰 털이 나며, 잎자루가 다른 물체를 감아 덩굴진다. 잎은 어긋나고 달걀모양 또는 긴둥근꼴이며 끝은 뾰족하고 밑은 심장 모양이다. 길이 3~9센티미터, 너비 2~6센티미터이고 3~5개로 갈라지는 것도 있다. 꽃은 6~7월에 흰색으로 피는데, 잎과 마주나 가지가 갈라진 취산꽃차..
2024.10.05 -
뚝갈
가을 편지 1이 해 인 하늘 향한 그리움에눈이 맑아지고사람 향한 그리움에마음이 깊어지는 계절 순하고도 단호한바람의 말에 귀 기울이며삶을 사랑하고사람을 용서하며산길을 걷다 보면 툭, 하고 떨어지는조그만 도토리 하나 내 안에 조심스레 익어가는참회의 기도를 닮았네 □뚝갈뚝갈(Patrinia villosa)은 산 기슭이나 볕이 잘 드는 풀밭에서 자라는, 산토끼목 마타리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뚝깔’, ‘뚜깔’, ‘흰미역취’라고도 한다. 전체에 흰색 털이 있으며 높이 1m 정도로 자란다. 밑에서 뻗는 가지가 지하 또는 지상으로 자라면서 번식한다. 잎은 어긋나며, 단순하거나 깃털모양으로 갈라진다. 잎 길이는 3~15cm 정도이며 양면에 흰색 털이 있고, 표면은 짙은 녹색, 뒷면은 흰빛, 가장자리에 톱니..
2024.09.30 -
꽃보다 화려한 누리장나무 열매
누리장나무백 승 훈 누리장나무는사람을 다섯 번 놀라게 한다네 처음엔 어여쁜 꽃에 놀라 다가갔다가고약한 냄새에 놀라서 뒷걸음질 치게 하고어린잎 데쳐 무친 고소한 나물 맛에 놀랐다가꽃보다 아름다운 진주 닮은 파란 열매에 놀라고탁월한 약효로 병을 낫게 하여또 한 번 사람을 놀래킨다네 고운 꽃빛에 이끌려 무심코 다가갔다가고약한 냄새에 화들짝 놀라 집으로 돌아온 저녁누구나 가슴에 누리장나무 한 그루 쯤은 품고 산다는친구의 말을 곱씹으며 나를 돌아본다 어여쁜 꽃이나꽃보다 빛나는 열매는 보여준 적 없이세상을 향해 지독한 악취만 피워댄 것은 아닌지내 안에 살고 있을 누리장나무를 생각한다 "누리장나무의 열매는 꽃보다 더 아름답게 달린다.열매가 맺힐 때면 붉은 말미잘 모양의 꽃받침을 펼치고 가운데 1캐럿(지름 6.5..
2024.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