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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나무 꽃
화살나무손 택 수 언뜻 내민 촉들은 바깥을 향해기세 좋게 뻗어가고 있는 것 같지만실은 제 살을 관통하여, 자신을 명중시키기 위해일사불란하게 모여들고 있는 가지들 자신의 몸속에 과녁을 갖고 산다살아갈수록 중심으로부터 점점 더멀어가는 동심원, 나이테를 품고 산다가장 먼 목표물은 언제나 내 안에 있었으니 어디로도 날아가지 못하는, 시윗줄처럼팽팽하게 당겨진 산길 위에서 아침신 혜 림 새벽이하얀 모습으로 문 두드리면햇살의 입맞춤으로잠에서 깨어난 대지는부산스럽기만 하다 나들이를 꿈꾸며이슬로 세수하는 꽃들밤을 새운 개울물지치지도 않는다 배부른 바람안개를 거둬들이며눈부시게하루의 문을 연다
07:51:25 -
박태기나무 꽃
사람들은 하늘의 별을 잡기 위해서 하늘을 향해 팔을 위로 뻗는다. 하지만, 자신의 발 밑에 꽃이 있다는 것은 알지 못한다.- 흔들리며 피는 꽃도 종 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봄꽃 함 민 복 꽃에게로 다가가면부드러움에 찔려 삐거나 부은 마음금세환해지고선해지니 봄엔아무 꽃침이라도 맞고 볼 일
2025.04.25 -
봄비 외
봄비이 해 인 하얀 민들레 꽃씨 속에바람으로 숨어서 오렴 이름 없는 풀숲에서잔기침하는 들꽃으로 오렴 눈 덮인 강 밑을 흐르는 물로 오렴 부리 고운 연둣빛 산새의 노래와 함께 오렴해마다 내 가슴에보이지 않게 살아오는 봄 진달래 꽃망울처럼아프게 부어오른 그리움 말없이 터뜨리며나에게 오렴 봄비이 수 복 이 비 그치면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맑은 하늘에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향연(香煙)과 같이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오르것다. 이슬심 후 섭 이슬방울 작아도볼 것은 다 본다 놀란 개구리 볼락대는 목젖연못에 비친 송아지 하품다 보고 있다. 이슬방울 작아도볼 것은 다 본다 방아..
2025.04.24 -
단풍나무 꽃
참 오래 걸렸다박 희 순 가던 길잠시 멈추는 것어려운 게 아닌데 잠시 발 밑을 보는 것시간 걸리는 게 아닌데 우리 집마당에 자라는애기똥풀 알아보는데아홉 해나 걸렸다. 마음을 비우는 시이 해 인 차창 밖으로 산과 하늘이언덕과 길들이 지나가듯이우리의 삶도 지나가는 것임을 길다란 기차는연기를 뿜어대며 길게 말하지요 행복과 사람근심과 걱정미움과 분노 다 지나가는 것이니마음을 비우라고큰 소리로 기적을 울립니다.
2025.04.15 -
수양(垂楊)벚꽃
수양 벚꽃안 중 태 그대는 머리 길게 늘어 뜨리고이토록누굴 기다릴까 봄바람 향기로머리 감고 4월 청명 하늘은 푸른데고운 님은 오질 않네 님 기다리는 마음봄 해는 서산으로 기울고그리움의 무게 이기지 못해속은 타 들어가는데 햇살은벚꽃잎에 살포시 내려앉아얼굴 문지르며 위로하고 수줍은 듯 고개 숙인내 누이 같은수양 벚꽃이어라
2025.04.13 -
보름달, 초승달, 그믐달
보름달 기도이 해 인 둥근달을 보니내 마음도 둥글어지고마음이 둥글어지니나의 삶도 금방 둥글어지네 몸속까지 스며든달빛에 취해나는 행복하다 행복하다노래를 하고 온 우주가 밝아지니나의 기도 또한 밝아져서웃음이 출렁이고또 출렁이고 달함 민 복 보름달 보면 맘 금세 둥그러지고그믐달과 상담하면 움푹 비워진다 달은 마음의 숫돌 모난 맘환하고 서럽게 다스려주는달 그림자 내가 만난서정성이 가장 짙은 거울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보름달을 그 달의 특징과 연관 지어 부르는 달 별명을 지었다 1월 - 울프문(Wolf Moon) : 추운 겨울 먹이를 찾아 서성이는 늑대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는 시기2월 - 스노문(Snow Moon) :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시기3월 - 웜문(Worm Moon) : 따뜻해지면서 땅..
2025.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