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24. 21:03ㆍ시 모음/시
봄비
이 해 인
하얀 민들레 꽃씨 속에
바람으로 숨어서 오렴
이름 없는 풀숲에서
잔기침하는 들꽃으로 오렴
눈 덮인 강 밑을
흐르는 물로 오렴
부리 고운 연둣빛 산새의
노래와 함께 오렴
해마다 내 가슴에
보이지 않게 살아오는 봄
진달래 꽃망울처럼
아프게 부어오른 그리움
말없이 터뜨리며
나에게 오렴
봄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오르것다.
이슬
심 후 섭
이슬방울 작아도
볼 것은 다 본다
놀란 개구리 볼락대는 목젖
연못에 비친 송아지 하품
다 보고 있다.
이슬방울 작아도
볼 것은 다 본다
방아깨비 뛰어오르는 뒷다리 둘
무당벌레 까만 점 일곱 개
다 세고 있다.
귀
정 현 정
입의 문
닫을 수 있고
눈의 문
닫을 수 있지만
귀는
문 없이
산다
귀와 귀 사이
생각이란
체 하나
걸어 놓고
들어오는 말들 걸러내면서 산다.
풀잎 끝에 이슬
이 승 훈
풀잎 끝에 이슬
풀잎 끝에 바람
풀잎 끝에 햇살
오오 풀잎 끝에 나
풀잎 끝에 당신
우린 모두
풀잎 끝에 있네
잠시 반짝이네
잠시 속에 해가 나고
바람 불고 이슬 사라지고
그러나 풀잎 끝에
풀잎 끝에 한 세상이 빛나네
어느 세월에나 알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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