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가 몰랐던 것 外

2024. 12. 3. 12:11시 모음/시

담양 관방제림(潭陽 官防堤林)의 팽나무 나목(裸木)

 

겨울나무가 몰랐던 것

남 정 림

 

겨울나무는 몰랐어요

화려한 잎새 다 떨군 뒤에도

여전히

자신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겨울나무는 몰랐어요

잔가지마저 칼바람에 

베어 버린 뒤에도

여전히

자신이 노래할 수 있다는 것을

 

봄을 꿈꾸는 선율

윙윙 ∽∽

연주하는 겨울나무는

겨울에야 비로서 알았어요

자신의 겨울도 아름답다는 것을

 

눈내린 설악산 사스래나무 위에 앉은 산새
함박눈이 내리는 부안 석포리 마을



첫눈

김 용 택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던

이름 하나가

시린 허공을 건너와

메마른 내 손등을 적신다.

 

부안 격포리 설경

 

 

눈꽃

김 대 식

 

꽃만 꽃이 아니더라

눈꽃도 꽃이더라

추운 겨울에도 앙상한 겨울 나무

하얗게 눈부신 눈꽃을 피우더라

 

온 산이 꽃으로 물든

꽃피는 봄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더라

 

온 산을 붉게 물들인

단풍으로 가득한 가을 산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더라

 

잎떨어져 벌거벗은 겨울 산에도

온 산이 하얗게 나무마다 눈꽃 피어

수정처럼 반짝이며 눈부시게 빛나더라

 

눈꽃을 피우고 있는 내소사(來蘇寺) 경내의 수령 950년 된 느티나무
부안 구암리 마을 설경

 

겨울 사랑

문 정 희

 

눈송이 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백설(白雪)

 

내소사(來蘇寺) 전나무길 - 눈꽃을 피운 전나무

 

 

겨울날

신 경 림

 

우리들 

깨끗해지라고

함박눈 하얗게

내려 쌓이고

 

우리들 

든든해지라고

겨울 바람

창문을 흔들더니

 

새벽 하늘에

초록별

다닥다닥 붙었다

 

우리들 

가슴에 아름다운 꿈

지니라고

 

부안 구암리 설경
눈 내리는 곰소 범섬 갈대밭 설경

 

 

'시 모음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탄제  (0) 2024.12.02
쟁반같이 둥근 보름달  (2) 2024.09.14
풀꽃  (0) 2024.08.20
비이슬  (0) 2024.07.02
이 아침의 행복을 그대에게  (1) 2023.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