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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雪花) 핀 송백(松柏)
설한풍(雪寒風) 불적마다 소나무에서 들리는 청아한 거문고 소리 간밤 큰 눈이 내려 쌓이고 운무가 끼어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눈 내리는 눈길을 걸으니 발목이 눈 속에 푹푹 빠진다. 대청봉을 오르니 하늘도 희고 땅도 희고 온 천지가 다 희다. 흰 눈을 뒤집어쓴 대청봉 표지석이 허옇게 웃고 있는 듯 보인다. 오색으로 내려가는 길은 발자국 없는 흰 눈으로 덮여 있다.앙상한 나무 가지에도 눈꽃, 고사목에도 눈꽃, 아니 하늘과 땅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 눈꽃이 피었다. 아름드리 금강소나무에도 눈꽃이 피었다.붉은 가지 푸른 솔잎 위에 흰 눈을 이고, 나무 중의 으뜸인 소나무로써의 기개와 기상을 뽐내고 있다.'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 - 겨울이 된 뒤에야 소나무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알게 된다.' 하였으니,눈꽃이 ..
2024.12.09 -
대나무
담양 죽녹원(潭陽 竹綠苑)은 전남 담양군 담양읍 향교리 성인산 일대에 죽림조성을 하면서 2003년 5월에 개장한 대나무 정원이다. 총 8개의 대숲길을 따라 산책을 즐기며 죽림욕을 즐길 수 있다. 푸르게 자란 대나무들이 싱그럽게 펼쳐져 있다. 담양 죽녹원(潭陽 竹綠苑)엔 흰 눈이 쌓여 있다. 겨울에도 푸른 잎을 지니고 있는 대나무곧은 모양과 사철 푸른빛을 잃지 않아 지조 절개 강직을 상징하는 나무다.쭉쭉 뻗어 오른 푸른 대나무 사이로 햇살이 퍼지고 있다.사각거리는 댓잎의 소리....눈이 시원해지고, 마음이 시원해지고, 머리가 쇄락해진다.쌓인 흰 눈이 푸른 대나무를 더욱 푸르게 만들고 있다.상큼한 대밭을 이곳저곳 걸으며 싱그러운 죽향을 만끽한다. ..
2024.12.06 -
겨울나무가 몰랐던 것 外
겨울나무가 몰랐던 것남 정 림 겨울나무는 몰랐어요화려한 잎새 다 떨군 뒤에도여전히자신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겨울나무는 몰랐어요잔가지마저 칼바람에 베어 버린 뒤에도여전히자신이 노래할 수 있다는 것을 봄을 꿈꾸는 선율윙윙 ∽∽연주하는 겨울나무는겨울에야 비로서 알았어요자신의 겨울도 아름답다는 것을 첫눈김 용 택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던이름 하나가시린 허공을 건너와메마른 내 손등을 적신다. 눈꽃김 대 식 꽃만 꽃이 아니더라눈꽃도 꽃이더라추운 겨울에도 앙상한 겨울 나무하얗게 눈부신 눈꽃을 피우더라 온 산이 꽃으로 물든꽃피는 봄만아름다운 것이 아니더라 온 산을 붉게 물들인단풍으로 가득한 가을 산만아름다운 것이 아니더라 잎떨어져 벌거벗은 겨울 산에도온 산이 하얗게 나무마다 눈꽃 피어수정처럼 반짝이며 눈부시게 빛..
2024.12.03 -
성탄제
성탄제 김 종 길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 .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熱)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 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그 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 것이라곤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聖誕祭)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2024.12.02 -
흰 눈속에 파묻힌 팥배나무 붉은 열매
· 겨울이 기쁜 나무함 동 진 나는 겨울이 오면 기쁜 나무입니다. 봄은 어찌 지났는지 기억에 없고풋것으로 어릴 적 내내산새가 비웃고 산짐승이 얕보고내 엄마조차 가지와 잎으로좁쌀 자욱한 나를 가리고바깥세상 가리워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었습니다. 가을 동안 단풍 든 나무들뽐내며 으쓱대던 산비탈에서나는 외로웠습니다. 삭풍이 훑고 지나간 겨울낙엽 떨궈 볼품없는 앙상한 숲에흰 눈이 사락사락 나리는 날에는산은 새하얀 도화지나와 친구들은 빨간 부채춤을 추는수채화가 됩니다. 비로소 산새와 산짐승들이우러러보는 빨간 숲나는 겨울이 오면 기쁜 팥배나무입니다. 나무와 새이 상 문 나무가 무슨 말로새를 불렀길래 새 한 마리가힘차게 날아와나뭇가지에 앉을까? 나무가 새에게어떻게 해 줬길래새가 저리 기분이 좋아날개를 파닥이다가짹재..
2024.11.29 -
아름다운 팥배나무 붉은 열매
새들의 도시락조 영 수 사나운 바람을 견디느라등굽은팥배나무 빨간 열매콩배나무 까만 열매새들의 도시락이다 춥고 배고픈 새들 먹으라고나무가 마련한맛깔스런 도시락 새를 기다리는빨갛고 까만 도시락을짧은 햇살이 데우고 있다 □팥배나무팥배나무는 장미과 마가목 속의 식물이다. 학명은 Sorbus alnifolia이다. 감당(甘棠)이라고도 한다.갈잎 큰키나무로 키는 10~15m에 이른다. 나무껍질은 회갈색이거나 흑갈색이고 껍질눈이 발달했다. 어린 가지는 자줏빛이 난다. 잎은 어긋나고 달걀 모양이거나 타원 모양이고 끝이 뾰족하며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겹톱니가 있다. 5월에 가지 끝의 산방꽃차례에서 6~10개의 흰색 꽃이 모여 핀다. 꽃은 지름 1cm 정도이다. 이 꽃이 배꽃과 닮았고 열매는 배와 달리 팥처럼 작아 팥배..
2024.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