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雪花) 핀 송백(松柏)

2024. 12. 9. 18:17사진/나무

붉은 가지, 푸른 솔잎 위에 흰 눈을 이고 푸르름을 뽐내고 있다. 이따금 세찬 바람에 우수수 눈꽃이 떨어지며 하늘에 눈보라를 일으키고 있다.

 

 

설한풍(雪寒風) 불적마다 소나무에서 들리는 청아한 거문고 소리

 

간밤 큰 눈이 내려 쌓이고 운무가 끼어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눈 내리는 눈길을 걸으니 발목이 눈 속에 푹푹 빠진다. 대청봉을 오르니 하늘도 희고 땅도 희고 온 천지가 다 희다. 흰 눈을 뒤집어쓴 대청봉 표지석이 허옇게 웃고 있는 듯 보인다. 오색으로 내려가는 길은 발자국 없는 흰 눈으로 덮여 있다.

앙상한 나무 가지에도 눈꽃, 고사목에도 눈꽃, 아니 하늘과 땅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 눈꽃이 피었다.

 

아름드리 금강소나무에도 눈꽃이 피었다.

붉은 가지 푸른 솔잎 위에 흰 눈을 이고, 나무 중의 으뜸인 소나무로써의 기개와 기상을 뽐내고 있다.

'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 -  겨울이 된 뒤에야 소나무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알게 된다.' 하였으니,

눈꽃이 피니 더욱 소나무 잣나무의 푸르름을 알겠다.

설한풍(雪寒風) 불적마다 솔잎 위 눈더미가 부서져 떨어지며 눈보라를 일으키며 내는 소리가 가슴을 전율케 한다.

오!  아름다운지고~

탄성이 절로 난다.

눈이 시리다.

 

조선 중기의 고승 사명당 유정(泗溟堂 惟政)은 푸른 소나무에게 바치는 헌시 청송사(靑松辭)에서,  

소나무를 초목 중의 군자라 하였고, 소나무에 부는 바람소리를 거문고 소리라 하였다. 

푸른 소나무에 바치는 헌시

청송사(靑松辭) - 사명당 유정(泗溟堂 惟政)

 

松兮靑兮       소나무여 푸르구나

草木之君子   초목 중의 군자로다

霜雪兮不腐   눈서리 차가워도 개의치 않고

雨露兮不榮   비 오고 이슬 내려도 웃음 보이지 않는구나

不腐不榮兮   슬플 때나 즐거울 때나 변하지 않고

在冬夏靑靑   겨울이나 여름이나 푸르디푸르구나

靑兮松兮       푸르구나 소나무여

月到兮節金   달뜨면 잎 사이로 달빛 곱게 체질하고

風來兮鳴琴   바람 불면 거문고 소리 청아하구나

 

<지난밤 대설(大雪)이 내렸고, 오늘(2015.2.5)도 대설경보가 내려져 입산통제가 된 설악산, 오색코스 하산이 허용된 눈꽃 산행을 회상하며>

 

설한풍(雪寒風)이 불면 소나무 솔잎 위 눈꽃이 부서져 날리며 귓가를 스치는 청아한 바람 소리가 들린다
나무 중의 으뜸,  소나무에 핀 눈꽃
함박눈을 맞고 있는 눈꽃 핀 소나무
초목 중의 군자인 소나무 - 흰 눈을 맞으며 눈꽃을 피우며 기개와 기상을  뽐내고 있다

 

영송(詠松)  - 퇴계 이황

 

돌 위에 자란 천년 묵은 불로 송
검푸른 비늘같이 쭈글쭈글한 껍질 마치 날아 뛰는 용의 기세로다.
밑이 안 보이는 끝없는 절벽 위에 우뚝 자라난 소나무...
높은 하늘 쓸어 낼 듯 험준한 산봉을 찍어 누를 듯
본성이 울긋불긋 사치를 좋아하지 않으니

도리(桃李) 제멋대로 아양 떨게 내버려 두며

뿌리 깊이 현무신(玄武神)의 기골을 키웠으니

한겨울 눈서리에도 까딱없이 지내노라

 

눈꽃 핀 잣나무
수 많은 세월 설한풍(雪寒風)에 휘어진 잣나무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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