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29. 21:00ㆍ사진/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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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기쁜 나무
함 동 진
나는 겨울이 오면 기쁜 나무입니다.
봄은 어찌 지났는지 기억에 없고
풋것으로 어릴 적 내내
산새가 비웃고 산짐승이 얕보고
내 엄마조차 가지와 잎으로
좁쌀 자욱한 나를 가리고
바깥세상 가리워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었습니다.
가을 동안 단풍 든 나무들
뽐내며 으쓱대던 산비탈에서
나는 외로웠습니다.
삭풍이 훑고 지나간 겨울
낙엽 떨궈 볼품없는 앙상한 숲에
흰 눈이 사락사락 나리는 날에는
산은 새하얀 도화지
나와 친구들은 빨간 부채춤을 추는
수채화가 됩니다.
비로소 산새와 산짐승들이
우러러보는 빨간 숲
나는 겨울이 오면 기쁜 팥배나무입니다.
나무와 새
이 상 문
나무가 무슨 말로
새를 불렀길래
새 한 마리가
힘차게 날아와
나뭇가지에 앉을까?
나무가 새에게
어떻게 해 줬길래
새가 저리 기분이 좋아
날개를 파닥이다가
짹재그르 짹재그르 노래 부를까?
그래서 산새들은
이 무 일
내 나무
네 나무
따로따로 자기 나무를 가지지 않아서
어느 나뭇가지에나 앉아서
날개를 쉬고
내 먹이
네 먹이
따로따로 자기 곳간을 가지지 않아서
배고프면
어디에서라도
입을 다신다
백마리가 함께 살아도
산자락을 갈라서 담쌓지 않고
천 마리가 함께 살아도
하늘을 조각내어 나누지 않는
산새의
산과 같은 온전한
하늘 같은 넉넉함
그래서
산새들은 늘 몸이 가볍다
숲 속에서도
하늘에서도
바람처럼
늘 몸이 가볍다
감당(甘棠)나무
팥배나무의 한자 이름은 감당(甘棠)이며, 당이(棠梨), 두이(豆梨)라는 별칭이 있다. 『물명고(物名考)』에도 한글 훈을 붙여 ‘파배’라고 하고 있다. 중국인들에게 감당나무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감당나무를 사랑한다는 말은 곧 정치를 잘하는 자에 대한 사모를 의미한다.
주대(周代) 연(燕) 나라의 시조인 소공(召公)은 선정을 베풀어 백성들의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그는 귀족에서부터 농사에 종사하는 일반 백성에 이르기까지 적절하게 일을 맡겨 먹고 사는데 부족함이 없게 했다. 특히 그는 지방을 순시할 때마다 감당나무 아래에서 송사(訟事)를 판결하거나 정사를 처리했다.
소공이 죽자 백성들은 그의 정치적 공적을 사모하면서 감당나무를 귀중하게 여겼는데, 이것을 ‘감당지애(甘棠之愛)’라고 한다. 그 이후로 백성들은 감당나무를 길렀으며, '감당(甘棠)'이는 제목의 시를 지어 그의 공덕을 노래했다.
시경(詩經) 국풍(國風) 소남(召南) 편에 다음과 같은 시가 전해진다.
蔽芾甘棠 무성한 팥배나무를
勿翦勿伐 자르지 말고 베지 말라
召伯所茇 소백이 초막을 삼으셨던 곳이니라
蔽芾甘棠 무성한 팥배나무를
勿翦勿敗 자르지 말고 꺽지 말라
召伯所憩 소백이 쉬어가던 곳이니라
蔽芾甘棠 무성한 팥배나무를
勿翦勿拜 자르지 말고 휘지 말라
召伯所說 소백이 머물던 곳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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