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시(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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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무(雲霧)
운무(雲霧) 李 時 明 산이, 하늘을 품었는가! 하늘이, 산을 품었는가! 산과 하늘이, 둘이 아닌 한 몸, 하나가 되었구나.
2011.08.12 -
연꽃잎 속 이슬
연꽃잎 속 이슬 이 성 선 우다이푸르 정류장에서 푸쉬카르 행 버스를 기다리는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쳐다보며 맑게 웃어주는 저 남루한 아이의 이슬 같은 눈동자 속에 살짝 숨어들어가 목욕하고 나온다. 비로소 이 먼지의 땅이 연꽃 속이다. 이제 나무를 바라보는 법으로 사람을 바라본다. *우다이푸르 - 인도 서북부의 조용한 고도. 아름다운 호수로 더욱 매력을 지님. '호수와 샘물의 도시'로 불린다. *푸시카르 - 라지스탄의 중앙부에 위치한 고원지대로 여기서부터 사막이 서북쪽으로 이어진다. '신성한 연꽃'의 도시. 인도 전체에서 유일하게 이곳에만 부라만사원이 있다.
2011.07.13 -
나, 그렇게 살고 싶다
나, 그렇게 살고 싶다 김 두 경 진흙 속에서도 향기를 잃지 않는 한 송이 붉은 연꽃처럼 나, 언제나 그렇게 살고 싶다 바람이 불면 바람 속에서 물결이 일면 물결 속에서 소리 없이 흔들리고 있는 작은 조각배처럼 나, 그렇게 부드러운 몸짓으로 노을 강을 건널 수는 없을까 진흙 속에서도 꽃을 피워내는 뿌리 깊은 연근蓮根처럼 나, 언제나 그렇게 살고 싶다 기쁠 때는 기쁜 대로 웃고 슬플 때는 슬픈 대로 울며 꽃밭을 날고 있는 나비의 날개처럼 나,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저녁 강을 건널 수는 없을까
2011.07.11 -
수리늪에 핀 연잎 같이
수리늪에 핀 연잎 같이 최 대 희 무수히 떨어지는빗줄기를 받아 앉고그 무게를더는 어찌할 수 없는빗물의 무게를고맙다고 인사하듯꾸벅 수리늪에 부려놓고아무 일 없었다는 듯물방울의 흔적을 지우는끝없는 연잎작용 앞에서나를 비우고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2011.07.11 -
석련(石蓮)
석련(石蓮) 정 호 승 바위도 하나의 꽃이었지요 꽃들도 하나의 바위였지요 어느 날 당신이 나를 찾은 후 나의 손을 처음으로 잡아주신 후 나는 한 송이 석련으로 피어났지요 시들지 않는 연꽃으로 피어났지요 바위도 하나의 눈물이었지요 눈물도 하나의 바위였지요 어느 날 당신이 나를 떠난 후 나의 손을 영영 놓아버린 후 나는 또 한 송이 석련으로 피어났지요 당신을 향한 연꽃으로 피어났지요
2011.07.10 -
낙타
낙타 신 경 림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 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2011.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