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련

2011. 4. 16. 19:06시 모음/시

 

재동에서

 

   

백목련

공 석 진 
   
한순간에 꽃을 피우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퇴장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여운이 남아도 그때 뿐
추억은 추억하는 사람들의 몫
추억하지 않아도 향기는 흐른다
 

이쯤이다 싶을 때의
결연한 포기는 굴욕이 아니다
절정의 화려함을 오래도록 발함으로
세상의 부러운 시선을
한순간에 외면해야 하는 결단
 

아아
주어지는 것조차 덜어내는 것
버릴 줄 아는 삶이 품격있는 상징으로
한 송이 백 목련은 동살의 빛을 발하고
짧은 생을 하직(下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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