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야생화(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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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중나리
산나리꽃 엄 기 창 때로는 혼자일 때가 더 외롭지 않을 수도 있다. 닿을 수 없던 한 뼘만큼의 눈물 꽃술 속에 감춰두고 민들레 꽃씨처럼 그리움의 날개를 날려 한 송이 수줍은 산나리 꽃으로 피어날 수 있다면…. 때로는 기다리는 것이 더 행복할 수도 있다. 바람이 밟고 가는 나뭇잎 소리에 가슴 설레며 사랑하는 마음 몰래 피었다가 몰래 떨어지는 산나리꽃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털중나리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땅속에 둥근 달걀형의 비늘줄기가 있다. 50-100cm 높이로 곧게 자라는 줄기 전체에 잔털이 있다. 줄기에 어긋나는 피침형 잎은 양면에 잔털이 빽빽이 나 있다. 꽃은 6-8월에 피는데 줄기 윗부분에서 갈라진 가지 끝마다 1개씩의 황적색 꽃이 밑을 향해 핀다. 뒤로 말리는 꽃잎 안쪽에는 짙은 자주색 반..
2018.11.07 -
터리풀
터리풀 김 승 기 무얼 달라고 털어라 말어라 떼를 쓰느냐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느니라 무소유로 사는 삶 그윽한 향기마저도 다 내어주지 않았느냐 세상에서 약초도 되지 못하는 돈이 되는 일에는 무심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시덥잖은 풀이니라 한 철 향내 뿜으며 살다가 목숨 이우는 날 영혼은 하늘바다에서 별꽃으로 뜨고 육신은 한줌 재로 남아 또 다른 풀꽃 위해 뿌려지는 그것이 행복 아니겠느냐 윤회의 땅에 뿌리 내린 죄업 향기 하나만으로도 벅차지 않겠느냐 □터리풀 장미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한국 특산식물이다. 우리나라 각처의 깊은 산 풀밭이나 숲속에 자생한다. 줄기는 곧게 서고,줄기에 어긋나는 잎은 깃꼴겹잎으로 끝의 작은 잎은 단풍잎처럼 5개로 갈라지며, 옆의 작은 잎은 1-7쌍으로 크기가 아주 작다. 갈래조각은 끝이 ..
2018.11.06 -
노루오줌
노루오줌 김 승 기 누가 오줌이라 하느냐 홍자색紅紫色 꽃방망이 여름 하늘을 후렸다고 몹쓸 이름으로 불려져야 되느냐 후려낸 향내로 꽃물 아롱지는 온 누리의 기쁨 가득하지 않느냐 일생을 살면서 비단실 꽃술에 붉은 마음 담아 벌 나비 떼 불러들이는 사랑 베푸는데 무슨 지린내를 풍긴다고 야단을 떠느냐 누구나 흠 한 가지는 안고 사는 걸 모자라는 것 없다고 우기는 사람아 예쁘고 잘난 것 놔두고 못 보는 시샘이 꼭 뿌리까지 들추어 증명해내는 심술을 부려야 했더냐 아무렴, 수수꽃이 이삭을 닮았기로서니 그윽한 향기를 따를 수 있겠느냐 □노루오줌 범의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산에 자생한다. 줄기는 곧게 서고, 갈색의 긴 털이 있다. 잎은 어긋나는데 3출엽으로 잎자루가 길고, 전체가 삼각형 모양이며, 작은잎은..
2018.11.06 -
기린초
기린초 김 승 기 무엇을 기다려 목을 늘였겠느냐 햇살 뜨거운 외로운 산골 앞산에서 뻐꾸기 울면 뒷산 수꿩이 함께 울어 주는 정다운 고향이어도 누가 반겨 쉽게 찾아오겠느냐 투박한 줄기 두터운 잎에서 피워 올리는 노란 별무리, 등불로 기억하는 이 있겠느냐 타는 가슴 식혀 줄 한 방울의 달콤한 이슬도 얻지 못하는 메마른 바위틈에서도 끈질기게 살아온 목숨 무엇인들 또 기다리지 못하랴 깊은 외로움 오래 젖어 느끼지 못하듯이 기다리는 일도 자기도취일 뿐, 약속 없는 기다림 희미해져 가는 그리움 앞에서 별빛 훈장의 열매마저 없다면 무슨 정열로 꽃 피우겠느냐 기린 목만큼이나 길게 높아지면 온다는 믿음 놓아 버릴 수 있겠느냐 □기린초 돌나물(꿩의비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 산과 들의 풀밭 또는 바위틈서리에 자..
2018.11.04 -
눈개승마
눈개승마 앞에서 김 숭 기 엊그제 꽃 피었단 소식 듣고 한달음에 달려왔더니 이미 한쪽은 알 품어 배가 불러오고 첫정을 내준 다른 한쪽에선 싯누렇게 말라 죽어가고 있다 어느새 사랑을 했었나? 순식간에 꽃 피어 이삼일 반짝 향기 풀풀 날리더니 남자의 순정 빼앗아 가로채고는 언제 사랑을 했느냐 매몰차게 뒤돌아서는 여자의 등 뒤에서 사랑이 하염없이 울고 있다 정을 나눈 후 신랑 잡아먹는 버마재비의 사랑 같다 눈개승마 장미과의 유일한 암수딴그루 자연이 요지경 속이란 건 진즉이 알았지만 식물세계에서조차 슬픈 수컷의 숙명 내 자식 낳아준다는 명분 하나로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사랑 친부모에는 나 몰라라 하면서 처가에겐 목숨 내놓고 잘해도 여차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현대판 모계사회 남자라는 이유로 죽어야 하는 사내의 운..
2018.08.18 -
사과꽃
부활처럼 깨어나 김귀녀 창문 밖에서 자작자작 소리가 들린다 봄비 내리는 소리 거실에 앉아 사과꽃이 하얗게 피는 소리 거품을 품어내는 바다처럼 출렁거릴 봄날을 듣는다 무성한 푸른 잎새 사이로 아른거리는 햇빛의 반점들을 받아먹으며 부활처럼 깨어나, 봄 지나 여름 오고 가을 되면 탐스러운 사과가 자욱이 익어 매달리는 것 상큼하게 숙성되는 아우성 발갛게 익어가는 소리 첫서리 내리는 날, 다디단 주홍처럼 붉디붉은 사과 향기 텃밭에 가득 차리라 □사과꽃 사과꽃 은 짧은 가지 끝에 5~7개가 산형으로 달린다. 색깔은 흰색 또는 연분홍색이다. 꽃자루는 길이 2~3㎝이고 털이 있다. 꽃받침통은 종 모양이며 길이 4~5㎜이고, 솜털이 밀도 높게 자란다. 꽃받침잎은 난상 피침형이고 길이는 8~11㎜이다. 뾰족하고 양면에 털..
2018.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