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야생화(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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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고
산자고 김 승 기 꽃눈 밀어 올리는 봄과 겨울의 치열한 싸움터 눈얼음을 녹여내는 얄상한 꽃줄기 하나 어떻게든 살아야 하는 내딛는 발걸음이 늘 살얼음판이었다 바람이 살갗을 할퀼 때마다 쳐다보면 시퍼런 하늘 겨우 사나흘을 맑은 꽃 한 송이 보려고 겨울강을 건넜는데 사계절이 모두 밤 찬연히 빛나는 눈물 같은 별빛이 거기 있었다 밤이 깊어야 아침이 온다고 했는가 핏빛으로 얼룩지는 얼굴 위에 새벽이 열리고 구멍 뚫린 겨울이 저만치 가고 있었다 □산자고(山慈姑) 산자고(山慈姑)는 이름처럼 고부간의 아름다운 사랑을 나타내는 식물이다.효성 지극한 며느리가 등창으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의 나날을 보내자,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등창을 치료할 약재를 찾아 나섰고,산 속을 헤매다가 양지바른 산등성이에서 별처럼 예쁘게 핀 작은 꽃..
2018.04.24 -
대청봉의 구절초와 산오이풀
구절초(九節草)조 남 명청초하고 서늘함 스민애처로운 꽃야트막 산길 비탈에나무와 어우러 피어하얀 눈 안쓰럽게 마주치면끌어안고 싶다순수히 웃음 짓는노란 꽃술은 아기 얼굴바람에 일렁이는귀여운 손사래통통한 달님 내려와은은한 향기 속하얀 소복자락에 갇혀시린 가슴 녹여주고밤이슬 맞고 떠난다이 꽃 시들면 가을이 가는 것가을 잎들은쉽게 지지 않기를 내색하고굽어진 마디마다 채운 그리움지기 서러워 하늘거린다 □구절초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산과 들에 자생한다. 뿌리줄기는 옆으로 길게 뻗으면서 번식한다. 뿌리에서 나오는 잎은 계란형 또는 심장형으로 잎몸은 깃꼴로 깊게 갈라진다. 줄기에서 나오는 잎은 아주 작고 깊게 갈라진다. 8~10월에 흰색 또는 붉은빛이 도는 흰색의 꽃이 줄기나 가지 끝에 한 송이씩 피..
2017.09.19 -
대청봉 9월 야생화 2017.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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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까치수영 / 큰까치수염 2017.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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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이질풀
향일암에서 만난 둥근이질풀 김 승 기 사고로 다친 몸 며칠 동안 땀을 쏟아도 그리움의 뿌리 뽑히지 않더니, 백중날 보내온 향기 묻은 이메일 하나 일주문 계단을 밟는 발걸음이 가볍다 밝은 웃음 반가워 꺼끌꺼끌한 손으로 악수를 청한다 나비 매미 잠자리 메뚜기 이 세상 모든 곤충들이 우화를 시작할 때 애벌레 번데기의 거친 껍질을 깨고 나왔듯이 부드러운 네 꽃잎도 처음 세상에 나올 때는 내 손바닥처럼 거칠었겠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내미는 까칠한 손 변명삼아 자기위안을 하며 조금도 부끄럽지 않다 향일암의 일출, 바다를 뚫는 햇덩이만큼이나 백중날의 보름달만큼이나 언제 어디서 보아도 환한 얼굴 애써 그리움 뽑아버릴 이유가 없지 관음전 오르는 바위동굴 문을 들어서면 모든 것이 극락세계라며 꺼칠꺼칠한 내 손을 잡..
2015.09.13 -
물봉선
물봉선화 꽃 박인걸 산새들 내려앉아 목축인 도랑가 배죽배죽 웃는 계집처럼 샛노란 꿀주머니 주렁주렁 매달고 무엇을 전해 주려나 날 기다린다. 가물거리는 옛 기억이지만 또렷하게 떠오르는 고운 네 모습 놓치지 않으려 애써온 보람에 너의 소식이 합격통지서만큼 기쁘다. 해는 서쪽하늘에 많이 기울고 가을 그림자는 산자락을 휘감는데 뒷산 잔디밭에 앉아 소곤대던 그 시절 아련한 추억에 젖어본다. 첩첩산중의 아늑한 마을에 저녁연기 희부윰하게 피어오를 때면 물봉선화 꽃 닮은 네 얼굴은 시름 하나 없이 언제나 고왔고 저녁 별빛은 네 얼굴로 내려앉았다. 오늘은 네 모습이 꽃잎에 스민다. □물봉선 봉선화과의 한해살이풀로 유독성 식물이다. 우리나라 각처의 산이나 들의 습지 또는 도랑가와 산골짜기의 냇가에 자생한다. 전체에 털이 ..
2015.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