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8. 18. 16:59ㆍ사진/야생화
눈개승마 앞에서
김 숭 기
엊그제 꽃 피었단 소식 듣고 한달음에 달려왔더니
이미 한쪽은 알 품어 배가 불러오고
첫정을 내준 다른 한쪽에선 싯누렇게 말라 죽어가고 있다
어느새 사랑을 했었나?
순식간에 꽃 피어 이삼일 반짝 향기 풀풀 날리더니
남자의 순정 빼앗아 가로채고는
언제 사랑을 했느냐
매몰차게 뒤돌아서는 여자의 등 뒤에서
사랑이 하염없이 울고 있다
정을 나눈 후 신랑 잡아먹는 버마재비의 사랑 같다
눈개승마
장미과의 유일한 암수딴그루
자연이 요지경 속이란 건 진즉이 알았지만
식물세계에서조차 슬픈 수컷의 숙명
내 자식 낳아준다는 명분 하나로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사랑
친부모에는 나 몰라라 하면서
처가에겐 목숨 내놓고 잘해도
여차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현대판 모계사회
남자라는 이유로 죽어야 하는
사내의 운명이 울고 있다
□눈개승마
깊은 산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 30-100cm 높이로 자란다. 줄기에 어긋나는 잎은 2-3회 3출엽이다. 작은 잎은 달걀형으로 잎맥이 도드라지고 가장자리에 결각과 톱니가 있으며 때로는 깃꼴로 갈라지기도한다. 암수 딴 그루로 6-8월에 줄기 끝의 원추꽃차례에 자잘한 황백색 꽃이 촘촘히 달린다. 꽃받침은 끝이 5개로 갈라지고 주걱 모양의 꽃잎은 5개이다. 울릉도와 깊은 산 속에서만 자라지만 주민들이 씨를 뿌려 기르기 시작하여 지금은 식용으로 재배하고 있는 눈개승마는, 잎이 산삼을 닮아 '삼나물'로 불린다. 눈 속에서 자라기 시작한 어린싹을 봄에 채취하여 요리를 하면 고기 맛이 난다하여 '고기나물'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