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648)
-
가죽나무
숲에 가서 그 기운을 흠뻑 마셔라. 햇빛이 나무 사이로 흘러들어 오는 것과 같이 자연의 평화가 우리에게 흘러들어 올 것이다. 바람이 신선함을 그리고 에너지와 열정을 우리에게 선사할 것이다. 걱정은 가을의 낙엽과 같이 떨어져 없어질 것이다.- 죤 뮤어(John Muir) 새가 앉은 나무김 용 택 나무는 정면이 없다.바라보는 쪽이 정면이다.나무는 경계가 없다.자기에게 오는 것들을다 받아들이며 넘나든다.나무는 볼 때마다완성되어 있고볼 때마다 다르다.새가 앉으면,새가 앉은 나무가 되고바람이 불면 바람 부는 나무가 된다나무는 어린 손자를 안은할아버지처럼 인자하다. □가죽나무중국, 대만, 한국 북부 원산지의 나무이다. 가짜 죽나무라는 뜻에서 온 이름이며, 가중나무라고도 한다. 한자어로는 가승목(假僧木)·저수..
2024.07.15 -
백일동안 꽃이 피는 배롱나무
배롱나무꽃조 선 윤 화무십일홍이요열흘 붉을 꽃 없다지만석 달 열흘 피워내어 그 이름 백일홍이라뜨거운 뙤약볕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꽃봉오리 터지던 날진분홍 주름치마 나풀거리며살랑이는 바람결에 살포시미끈한 속살 내비치는 한여름의 청순한 화신이여!제 안에 소리 없이 시들어가는 걸 알면서도온몸 다해 다시 피워내어폭죽처럼 터져 선혈처럼 낭자하다반들반들한 수피에 붉는 간질나무여화려한 꽃그늘 밟으며꽃 폭죽 맞으며 여름 가고꽃 카펫 밟으며 가을 온다. □배롱나무배롱나무(영어: Lagerstroemia indica)는 부처꽃과에 속하는 낙엽소교목이다. 꽃이 한 번에 피고 지는 것이 아니고 여러 날에 걸쳐 번갈아 피고 져서 오랫동안 펴 있는 것처럼 보여 백일홍나무(百日紅나무, Zinnia elegans) 또는 목백일홍(..
2024.07.09 -
비이슬
빗소리박 건 호 빗소리를 듣는다밤중에 깨어나 빗소리를 들으면환히 열리는 문이 있다산만하게 살아온 내 인생을가지런히 빗어주는 빗소리현실의 꿈도 아닌 진공상태가 되어빗소리를 듣는다빗소리를 듣는다는 것은얼마나 반가운 일이냐눈을 감으면 넓어지는세계의 끝을 내가 간다귓속에서 노래가 되기도 하는 빗소리이 순간의 느낌을 뭐라고 표현할까빗소리를 듣는다빗소리를 듣는다는 것은얼마나 반가운 일이냐 풀잎 끝에 이슬이 승 훈 풀잎 끝에 이슬 풀잎 끝에 바람풀잎 끝에 햇살오오 풀잎 끝에 나풀잎 끝에 당신우린 모두 풀잎 끝에 있네잠시 반짝이네잠시 속에 해가 나고바람 불고 이슬 사라지고그러나 풀잎 끝에 풀잎 끝에 한 세상이 빛나네어느 세월에나 알리요? 빗소리주 요 한 비가 옵니다.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
2024.07.02 -
칠엽수(七葉樹)
나무처럼 오 세 영 나무가 나무끼리 어울려 살듯우리도 그렇게살 일이다.가지와 가지가 손목을 잡고긴 추위를 견디어 내듯나무가 맑은 하늘을 우러러 살듯우리도 그렇게살 일이다.잎과 잎들이 가슴을 열고고운 햇살을 받아 안듯나무가 비바람 속에서 크듯우리도 그렇게클 일이다.대지에 깊숙이 내린 뿌리로사나운 태풍 앞에 당당히 서듯나무가 스스로 철을 분별할 줄을 알듯우리도 그렇게살 일이다.꽃과 잎이 피고 질 때를그 스스로 물러설 때를 알 듯... □ 칠엽수(七葉樹, Aesculus turbinata Blume) 무환자나무목 칠엽수과에 속하는 관속식물이다. 일본 원산이며 공원수 및 가로수로 식재하는 낙엽 활엽 큰 키나무로 높이 30m까지도 자란다. 잎은 어긋나며, 작은 잎 5~7장으로 된 손바닥 모양 겹잎이다. ..
2024.06.15 -
꽃양귀비
유월의 언덕 노 천 명 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하늘은사뭇 곱기만 한데파라솔을 접듯이마음을 접고 안으로 안으로만 들다이 인파 속에서 고독이곧 얼음모양 꼿꼿이 얼어 들어옴은어쩐 까닭이뇨보리밭엔 양귀비꽃이 으스러지게 고운데이른 아침부터 밤이 이슥토록이야기해 볼 사람은 없어파라솔을 접듯이마음을 접어가지고 안으로만 들다장미가 말을 배우지 않은 이유를알겠다사슴이 말을 하지 않는 연유도알아듣겠다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언덕은곱기만 한데... 양귀비 꽃오 세 영 다가서면 관능이고물러서면 슬픔이다아름다움은 적당한 거리에만 있는 것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도안된다다가서면 눈멀고물러서면 어두운 사랑처럼활활타오르는 꽃아름다움은관능과 슬픔이 태워 올리는 빛이다. "거기 화단 가득히 양귀비가 피어 있었다. 그것은 경이..
2024.05.31 -
풀잎 이슬(草露)
풀잎 이슬김 병 근 침묵으로때론, 작은 우주로저 오묘한 광채로낮은 자세로 다 내려놓고 얼핏 인연 같은 한순간잠시 환하게 절정으로 눈부시다 바람결가파른 사선으로이내 간절하게 사라지는한 점의 영혼 풀잎 사람이 성 선 아침 이슬에 젖은풀잎 사람이고 싶다. 영혼 맑은 불꽃 타며세상을 비치고 흔들리는 그렇게 순수하게깨어 살고 싶다. 매일 빈 마음으로새벽을 맞아 하늘 향기 홀로 저 어두운 밤을 지키며홀로 저 짐승 소리를 듣고 가난한 잎새에별을 받으며 미명에 더욱 아프게 떨리는풀잎 시인이고 싶다. 풀잎 끝에 이슬이 승 훈 풀잎 끝에 이슬풀잎 끝에 바람풀잎 끝에 햇살오오 풀잎 끝에 나풀잎 끝에 당신우린 모두 풀잎 끝에 있네잠시 반짝이네 잠시 속에 해가나고 바람 불고이슬 사라지고그러나 풀잎 끝에 풀잎끝에 한 세상이 ..
2024.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