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이슬

2024. 7. 2. 19:49시 모음/시

빗소리

박 건 호

 

빗소리를 듣는다

밤중에 깨어나 빗소리를 들으면

환히 열리는 문이 있다

산만하게 살아온 내 인생을

가지런히 빗어주는 빗소리

현실의 꿈도 아닌 진공상태가 되어

빗소리를 듣는다

빗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얼마나 반가운 일이냐

눈을 감으면 넓어지는

세계의 끝을 내가 간다

귓속에서 노래가 되기도 하는 빗소리

이 순간의 느낌을 뭐라고 표현할까

빗소리를 듣는다

빗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얼마나 반가운 일이냐

 

좀작살나무꽃 비이슬
노란색 접시꽃 비이슬

 

 

풀잎 끝에 이슬

이 승 훈

 

풀잎 끝에 이슬 풀잎 끝에 바람

풀잎 끝에 햇살

오오 풀잎 끝에 나

풀잎 끝에 당신

우린 모두 풀잎 끝에 있네

잠시 반짝이네

잠시 속에 해가 나고

바람 불고 이슬 사라지고

그러나 풀잎 끝에 

풀잎 끝에 한 세상이 빛나네

어느 세월에나 알리요?

 

분홍색 접시꽃 비이슬

 

'하늘을 능가하는 꽃'이라는 뜻의 능소화(凌霄花) 비이슬
붉은토끼풀 비이슬

 

빗소리

주 요 한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이즈러진 달이 실낱같고

별에서도 봄이 흐를 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두운 밤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

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뜰 위에 창 밖에 지붕에

남모를 기쁜 소식을

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단풍나무잎 비이슬
비바람에 쓰러진 산비탈의 참나리꽃 비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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