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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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성자(聖者)
아득한 성자(聖者)무산 오현(霧山 五鉉, 1932-2018) 하루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 더 이상 더 볼 것 없다고 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죽을 때가 지났는데도 나는 살아 있지만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 천년을 산다고 해도 성자는 아득한 하루살이 떼 ☆ 조오현-아득한 성자 시인은 시로써 말하고 도인은 깨달음의 도력(道力)으로 평가한다. 구도자는 아침에 깨달음을 얻고 저녁에 죽어도 여한이 없다. ‘아득한 성자’는 오현 스님의 대표 시로 정지용 문학상 수상작이다.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이다. 작가 자신이 밝혔듯이 오도송(悟道頌)이다. 그러나 기존의 오도송과는 그 형식이나 내용, 격조가 사뭇 다르다.“하루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이 ..
2019.10.03 -
낙화(落花) 趙 芝 薰
낙화(落花) 趙 芝 薰(1920-1968)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낙화(落花)-2 趙 芝 薰 피었다 몰래 지는고운 마음을흰무리 쓴 촛불이홀로 아노니꽃 지는 소리하도 가늘어귀기울여 듣기에도조심스러라杜鵑이도 한목청울고 지친 밤나 혼자만 잠 들기못내 설어라
2019.09.30 -
나무 이 양 하
명문장(名文章)은 깊이 생각하고 끝없이 상상하는 힘에서 나온다 李 御 寧 名文이란 어느 때 어디에서 누가 읽어도 감동을 받을 수 있게 한 글이다. 참으로 기량이 있는 상 목수는 못질을 하지 않는다. 못하나 박지 않고 집 한 채를 짓는다. 억지로 못질을 하여 나무를 잇는 것이 아니라 서로 아귀를 맞추어 균형과 조화로 구조물을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잘 다듬어진 글의 이미지와 리듬은 인위적으로 접속사를 붙이지 않아도 자석처럼 서로 끌어당기고 어울려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글의 앞머리만이 아니다. 글을 맺는 종지형도 마찬가지다. 名文이란 외우려고 해서 외워지는 것이 아니다. 저절로 머릿속에 가슴속에 각인(刻印)된다. 구양수(歐陽修) 베개는 명문장은 깊이 생각하고 끝없이 상상하는 그 힘에서 나온다는 것을 암..
2019.09.30 -
나에게 이야기하기
나에게 이야기하기 이 어 령(李御寧, 1934- ) 너무 잘하려 하지 말라하네 이미 살고 있음이 이긴 것이므로 너무 슬퍼하지 말라하네 삶은 슬픔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돌려주므로 너무 고집 부리지 말라하네 사람의 마음과 생각은 늘 변화는 것이므로 너무 욕심 부리지 말라하네 사람이 살아가는데 그다지 많은 것이 필요치 않으므로 너무 연연해하지 말라하네 죽을 것 같던 사람이 간 자리에 또 소중한 사람이 오므로 너무 미안해하지 말라하네 우리 모두는 누구나 실수하는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너무 뒤돌아보지 말라하네 지나간 날보다 앞으로 살날이 더 의미 있으므로 너무 받으려 하지 말라하네 살다보면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기쁘므로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하네 천천히 가도 얼마든지 먼저 도착 할 수 있으므로 죽도록 온 존재로 사랑..
2019.09.28 -
화첩기행(畵帖紀行)
화첩기행(畵帖紀行) 김 병 종(金炳宗,1953- ) 정선은 초록이다. 초록 산, 초록 나무, 초록 바람이다. 그 속을 초록 강물이 흐른다. 아픈 사랑과 이별의 전설을 안고. 열겹의 산을 열 가지 색으로 내비친다는 강, 행려(行旅)의 그대여. 그 아우라지강에서는 흐르는 강물에 눈길을 보태지 말라. 끊어질 듯 이어지는 아라리 가락처럼 멀어지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결국엔 저렇게 흘러가는 것이로구나. 애달픈 사랑도 정 깊은 인연도 그리고 우리네 인생마저도 공연히 서러워지려니 ... ..... 밤이 빠른 산골에 성근 별이 떠오른다.마당의 매캐한 모깃불을 사이에 두고 안주인은 당귀, 천궁, 오미자 같은 약초에 구렁이까지 나온다는 정선장 구경이 볼 만하다고 일러준다.저 앞 숙암천에 어항 몇 개만..
2019.09.26 -
산정무한(山情無限)
"명문(名文)을 읽으면 가슴은 뜨거워지고 머리는 맑아진다." 명문(名文)이란 시공(時空)을 초월해 누가 읽어도 감동을 받는 글을 말한다. 80년 전에 나온 글도 다시 읽을 때마다 처음 본 것처럼 새롭고 신선하며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그런 글이 명문이다. 그렇다면 명문(名文)의 필요충분 조건은 무엇인가. 가장 기본적인 것은 문장이 문법(文法)에 맞게 완벽하고 어휘 사용이 적확(的確)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장만으로 명문(名文)이 될 수 없다. 여기에 내용이 좋아야 하고 글쓴이의 혼(魂)이 담겨 있어야 한다. 산정무한(山情無限) 정 비 석(鄭飛石,1911-1991) ...... 장안사(長安寺) 맞은편 산에 울울창창(鬱鬱蒼蒼) 우거진 것은 다 잣나무뿐인데, 모두 이등변삼각형(二等邊三角形)으로 가지를 늘어뜨리고 ..
2019.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