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첩기행(畵帖紀行)
2019. 9. 26. 22:05ㆍ시 모음/기행문
< 기행문 >
화첩기행(畵帖紀行)
김 병 종(金炳宗,1953- )
정선은 초록이다.
초록 산, 초록 나무, 초록 바람이다.
그 속을 초록 강물이 흐른다.
아픈 사랑과 이별의 전설을 안고.
열겹의 산을 열 가지 색으로 내비친다는 강,
행려(行旅)의 그대여. 그 아우라지강에서는 흐르는 강물에 눈길을 보태지 말라.
끊어질 듯 이어지는 아라리 가락처럼 멀어지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결국엔 저렇게 흘러가는 것이로구나.
애달픈 사랑도 정 깊은 인연도 그리고 우리네 인생마저도 공연히 서러워지려니 ...
.....
밤이 빠른 산골에 성근 별이 떠오른다.마당의 매캐한 모깃불을 사이에 두고 안주인은 당귀, 천궁, 오미자 같은 약초에 구렁이까지 나온다는 정선장 구경이 볼 만하다고 일러준다.저 앞 숙암천에 어항 몇 개만 넣어두면 밤새 메기, 쏘가리, 가물치가 가득 들어온다는 말도. 강 건너 산가에 불빛이 깜박인다. 멍석에 누워 하늘을 본다.
어느새 와르르 쏟아질 듯한 별무리.
한을 노래로 바꾸어 불러온 이름 없는 얼굴들이 별 되어 떠 있다.서늘한 한 줄기 바람이 지나간다.정선에 누워 나는 물이 되고, 나무가 되고, 바람이 된다. < 화첩기행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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