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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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뜨자...
月出千山靜 春回萬木榮 人能知此意 勝讀大藏經 달 뜨자 온 산이 고요해지고 봄이 오자 나무들 파란 잎 나네 그대 이 뜻을 안다면 대장경 읽는 것보다 훨씬 나으리. 風行雲吐月 樹密葉生秋 堆維枕起增歎 長江不盡流 바람 불자 구름은 달을 토하고 나무마다 잎들은 가을 소리네 목침에 누워 탄식하나니 긴 강은 흘러 흘러 다하지 않네. 淸虛 休靜(청허 휴정)
2010.02.01 -
웃은 죄
웃은 죄 김 동 환 지름길 묻길래 대답했지요 물 한모금 달라기에 샘물 떠 주고 그리고는 인사하기에 웃고 받았지요 평양성에 해 안 뜬대두 난 모르오 웃은 죄 밖에
2010.02.01 -
아침 강
아침 강 송 수 권 누이야, 동트는 우리 새벽 강물 너는 따라가 보았는가 수런수런 큰 기침하며 강가에 나와 우리 산들 얼굴 씻는 것 어떤 산은 한 모금 물 마시고 쿠렁쿠렁 양치질하는 것 어떤 산은 밤새도록 발을 절고 내려와 발바닥 티눈을 핥는 것 누이야, 너는 그런 동트는 새벽 강물 따라가 보았는가 물총새 한 마리가 담청색 날개를 털어 저 혼자 반도의 아침을 깨우는 것 반짝, 뜨는 은피라미 떼 몰아다 벼랑 끝 감춘 제 새끼들에게 아침 밥상 차리는 것 그 벼랑 끝 삼존마애불 은은한 미소 감도는 것 그 반도의 아침 강을 따라가 보았는가
2010.02.01 -
깃발
깃발 유 치 환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탈쟈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 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표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2010.01.31 -
적막한 바닷가
적막한 바닷가 송 수 권 더러는 비워 놓고 살 일이다 하루에 한 번씩 저 뻘밭이 갯물을 비우듯이 더러는 그리워하며 살 일이다 하루에 한 번씩 저 뻘밭이 밀물을 쳐보내듯이 갈밭머리 해 어스름녘 마른 물꼬를 치려는지 돌아갈 줄 모르는 한 마리 해오라기처럼 먼 산 바래 서서 아, 우리들의 적막한 마음도 그리움으로 빛날 때까지는 또는 바삐바삐 서녘 하늘을 채워 가는 갈바람 소리에 우리 으스러지도록 온몸을 태우며 마지막 이 바닷가에서 캄캄하게 저물 일이다
2010.01.30 -
눈 덮힌 들판 걸을 때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 西山大師 休靜 - 눈 덮인 들판 걸을 때 어지러이 걷지 마라 오늘의 내 발자취 후세 사람들의 이정표 되나니 - 서산대사 휴정
2010.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