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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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호반새, 저 꽃잎
청호반새, 저 꽃잎 한 이 나 늦사월 청호반새가 산목련 흰 꽃잎을 바위에 떨어뜨렸다 꽃잎이 바위에 새긴 문자향 한참 들여다보니 바위의 온몸이 눈이고 귀였다 입이고 마음이었다 내 안 고요함의 바위에서 빠져나가는 새의 저 날갯소리
2013.01.23 -
예불
예불(禮佛) 석 선 혜 하늘빛을 닮은 옥수 샘물 찻물로 길어다 솔바람 일구어 차 달여 올리고 한 줄기 향 살라 올리니 옛 부처 방긋한 웃음 짓고 가만히 눌러 앉은 천년 세월 소리 없는 설법을 흘리는데 저녁 종을 치고 염불하니 비인 산이 묵묵히 듣네
2013.01.23 -
산중다화 山中茶話
산중다화(山中茶話) 석 선 혜 봄눈 떨치고 일어난 매화꽃 향기로 게 눈과 새우 눈을 피워 내어 백학 울음 소리로 차 한 잔 달이어 흰 구름 놀다 간 숲 속 찻자리에 청풍납자靑風衲子가 다가와서 다선삼매茶禪三昧에 들고 서리결 보다 흰 마알간 선인仙人 풍로에 불을 지피다가 옛 구절을 읊조리다 실잠에 든다
2013.01.23 -
낯선 곳 2013.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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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탑
석탑(石塔) 손 상 근 열리지 않는 문이 있습니다 두드려도 귀 멀어 듣지 못하는 가슴이 있습니다 해 묵은 책 속 한 귀절 시귀처럼 꺼내기 어려운 향기가 있습니다 안개처럼 허리 휘감는 나의 말들은 표면에 부딪혀 스러집니다 맴도는 내 가슴 환히 보면서 모른 채 서 있는 당신입니다
2013.01.11 -
눈 오는 날의 편지
눈 오는 날의 편지 유안진 柳岸津 목청껏 소리치고 싶었다 한 영혼에 사무쳐 오래오래 메아리치도록 진달래 꽃빛깔로 송두리째 물들이며 사로잡고 싶었던 한 마음이여 보았느냐 보이는 저 목소리를 기막힌 고백의 내 언어를 하늘과 땅 사이를 채우며 울림하며 차가운 눈발로 태어날 수밖에 없는 뜨거운 외침을 보았느냐.
2013.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