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402)
-
서리꽃
서리꽃 유 안 진 손발이 시린 날은 일기를 쓴다 무릎까지 시려오면 편지를 쓴다 부치지 못할 기인 사연을 작은 이 가슴마저 시려드는 밤이면 임자없는 한 줄의 시를 찾아 나서노니 사람아 사람아 등만 뵈는 사람아 유월에도 녹지 않는 이 마음 어쩔래 육모 서리꽃 내 이름을 어쩔래
2013.01.05 -
탑
탑 최 길 하 탑은 탑보다 탑 그림자가 더 좋다 그림자도 그냥 그림자가 아니라 물고기떼 집이 돼주는 물 속 그림자가 더 좋다 물 속 그림자도 뭉게구름 몇 장 데리고 노는 늙으신 탑이 더 좋다 아침마다 마당을 쓸어놓고 등불같은 까치밥 쳐다보는 우리 종손같은 탑이 더 좋다
2013.01.03 -
귀거래행 2012.12.03
-
두고 가는 자리를 위하여
두고 가는 자리를 위하여 박 정 만 永訣終天 두고 가는 자리를 위하여 사랑이여, 이제 너도 떠나가라 꽃 지고 마지막 참회나무 잎마저 지고 나면 나 또한 12월의 끝으로 떠나가리라. 무서리 하얗게 쌓인 저 대지 위에 山色처럼 깊어진 부평초 하나 목숨은 저홀로 피었다가 저홀로 지고 그 위에 無命의 어둠발이 죽음을 밟고 온다. 어딘가 그곳에 바람은 불 것이다 사라진 미사의 너울처럼 짝귀 달린 영혼의 슬픈 그림자를 데불고 돌아오는 산부처 또는 산메아리처럼. 사랑이여, 인제 너도 돌아오라 은봉채(銀鳳釵) 꽃술 위에 바람 부는 저녁마다 밤에서 밤으로 이어지는 꿈속의 호젓한 길로 이제는 죄가 아닌 한 생의 뜻으로 돌아오라. 忍冬草 뿌리에도 시퍼런 날이 섰거니.
2012.11.17 -
물매화 2012.11.17
-
목어(木魚) 2012.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