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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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立春에게 묻다
입춘(立春)에 묻다 오 정 방 춘래불사춘이라 하드니 봄이 왔다해도 봄 같지 않구나 겨울 속의 봄인가 봄 속의 겨울인가 가면 오고 오면 또 가나니 오면 가고 가면 또 오나니 겨울을 비집고 찾아온 봄 자연의 시간표를 누가 돌리랴 임자여, 먹물을 좀 준비해줘 '입춘대길'이라 서 붙여야겠거든?
2013.02.04 -
무산심우도 霧山尋牛圖
무산심우도(霧山尋牛圖) 霧山 曺五鉉 심우尋牛 무산심우도 霧山尋牛圖 1 누가 내 이마에 좌우 무인拇印을 찍어놓고 누가 나로 하여금 수배하게 하였는가 천만금 현상으로도 찾지 못할 내 행방을. 천 개 눈으로도 볼 수 없는 화살이다. 팔이 무릎까지 닿아도 잡지 못할 화살이다. 도살장 쇠도끼 먹고 그 화살로 간 도둑이어. 견적見跡 무산심우도 霧山尋牛圖 2 명의名醫, 진맥으로도 끝내 알 수 없는 도심盜心 그 무슨 인감도 없이 하늘까지 팔고 갔나 낭자히 흩어진 자국 음담淫談 속으로 음담 속으로 세상을 물장구치듯 그렇게 산 엄적掩迹이다 그 엄적 석녀石女가 지켜 외려 죽은 도산倒産이다. 그물을 찢고 간 고기 다시 물에 걸림이어. 견우見牛 무산심우도 霧山尋牛圖 3 어젯밤 그늘에 비친 고삐 벗고 선 그림자 그 무형의 그 열..
2013.01.27 -
색을 귀로 본다
색을 귀로 본다 한 이 나 마음을 그린 소리를 보고 싶다 얇고 섬세하게 때로는 굵고 투박하게 붓질하는 소리 한지 밖 마을에서 수박나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꽈리나무 위로 날아드는 풀벌레 소리 여치가 더듬이 세워 땅을 기어가는 소리 고양이 나비와 놀고 있는 소리 연지에 백로가 노니는 소리를 보면서 먹의 진하고 옅음으로 따뜻한 정감 듬뿍 묻어나게 붓질하는 색깔 거문고 소리 안개 숲속에 자욱한 보름달밤의 색 소나무 아래 앉아 풀옷 입고 생황 부는 사내 그 적막의 색 연잎 줄기 끝 까맣게 익어가는 연밥의 색 저만큼 나도 떨어져 앉아 법화경을 넘기며, 아름다운 경전의 한 생각 보고 싶다.
2013.01.27 -
납월매臘月梅
납월매(臘月梅) 찬 서리 고운 자태 사방을 비춰 뜰 가 앞선 봄을 섣달에 차지했네 바쁜 가지 엷게 꾸며 반절이나 숙였는데 개인 눈발 처름 녹아 눈물어려 새로워라 그림자 추워서 금샘에 빠진 해 가리우고 찬 향기 가벼워 먼저 진 흰 창문 닫는구나 내고향 개울가 둘러선 나무는 서쪽으로 먼 길 떠난 이 사람 기다릴까 -신라인 최광유 지음- 금둔사 홍매화는 납월매臘月梅다. 금둔사 납월 홍매화는 양력 1월~3월 사이에 꽃을 피우기 때문에 벌과 나비가 없어 열매를 맺지 못하여 매실이 희귀하다. 신라때 최광유라는 사람이 중국에 갔을 때 그곳에 피어 있는 납월매를 보고 고향에 대한 애뜻한 그리움으로 지은 시다.
2013.01.24 -
산에 사는 날에
산에 사는 날에 무산 조 오 현 나이는 뉘엿뉘엿한 해가 되었고 생각도 구부러진 등골뼈로 다 드러났으니 오늘은 젖비듬히 선 등걸을 짚어본다. 그제는 한천사 한천스님을 찾아가서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물어보았다 말로는 말 다할 수 없으니 운판 한 번 쳐보라, 했다. 이제는 정말이지 산에 사는 날에 하루는 풀벌레로 울고 하루는 풀꽃으로 웃고 그리고 흐름을 다한 흐름이나 볼일이다.
2013.01.24 -
춘설차
춘설차(春雪茶) 한 이 나 마음의 불을 끄고 춘설차 한잔을 마시네 찻잎에서 우러나 물드는 찻물을 보네 누가 찻잔 속으로 들어가 제 몸의 속살까지 물들이며 향기로 오나 옛 그림 속 오월의 찻나무 잎, 우려나오는 그 가슴의 그리움 찻잔 속에 뜨는 달을 노래하리 그대와 나 사이, 끊을 수 없는 생각으로 내리는 봄눈 머뭇거리며 눈발로 다가와 그대와 나 사이에 있네
2013.01.23